문단의 후배 중 몇 안 되는 시인이 있다. 황규관이 그렇다. 최근들어 황규관이 해방기의 시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김수영을 열독하더니, 심지어 그에 관한 두 번째 평론집을 내놓았다. 제목이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거다》이다. 일단 제목만으로도 눈에 확 띄는 이 평론집은 같은 시인을 다룬 《리얼리스트 김수영》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더 깊고 더 숙고한 진화된 버전이다.
시인을 시인을 평론하는 이 멋진 일을 두 번이나 해내다니. 그것도 신작 평론집은 훨씬 두터워졌다. 이 평론집을 받은 후, 내 독서습관과는 다르게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열독했다. 이 열독의 층위는 젊은 시절 내가 이해한 김수영, 그리고 시인인 황규관이 이해한 김수영, 이 둘을 넘어 새로 이해하게 된 김수영의 3층 구조를 띄고 있다. 자유의 시인, 혁명의 시인을 지나 생활 속에서 자신을 혁명하는 시인에 이르기까지 내 독서여정은 중층적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책의 마지막 쪽을 덮었다.
책의 제목은 김수영 시의 최고봉이자 절정에 해당하는 <사랑의 변주곡>의 시행에서 따온 것이고, 황규관 시인은 그 절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김수영의 시들을 역사적 시간대에 맞추어 차분하고 깊이 있고 친절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 평론집은 비단 김수영 시인의 삶과 문학뿐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적 글쓰기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책읽기가 교양을 너머 성찰과 삶의 변화까지 도달해야 함을 낮은 목소리로 제시하고 있다.
페북을 보니 이미 여기저기로 황규관 시인이 불려 다니는 것 같다. 내가 있는 고양시에도 한 번 초대하여 그의 목소리를 통해 울리는 쟁쟁한 김수영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아울러 김수영을 사랑하거나, 알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독서의 기쁨에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