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저 높은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구나.
(The doings of the supreme Heaven
have neither sound nor smell.)
우리는 어떤 위대함을 마주할 때, 흔히 화려한 수식어를 떠올립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천지를 뒤흔드는’, ‘모두를 압도하는’… 하지만 『중용』의 마지막 장은, 이 모든 찬사를 뒤로하고 우리를 아주 고요하고 텅 빈 세계로 안내합니다. 진정한 위대함, 가장 지극한 경지는 결국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냄새도 없다(無聲無臭)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중용』은 몇 편의 시를 통해 그 의미에 한 걸음씩 다가갑니다.
처음, 군자의 덕은 마치 ‘비단옷 위에 홑겹 옷을 덧입는 것(衣錦尙絅)’과 같다고 합니다. 자신의 화려함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려는 겸손의 미덕입니다. 겉으로 요란하게 자랑하지 않아도, 그 내면의 빛은 은은하게 배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덕이 더 깊어지면, 군자는 상을 주거나 벌을 내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저절로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게 만듭니다. 화를 내지 않아도 그의 존재만으로 날카로운 도끼보다 더한 무게감을 줍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권위가 아닌, 내면의 덕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마침내, 공자는 백성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큰 소리를 지르거나 위엄 있는 얼굴빛을 꾸미는 것(聲色), 그것은 가장 말단적인 방법이다.” 진정한 변화는 그런 인위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는 궁극의 비유. “덕(德)은 깃털처럼 가볍다”는 말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깃털은 여전히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완벽한 비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
우리는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며 숨 쉬지 않습니다. 우리는 중력의 힘을 느끼며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지 않습니다. 하늘의 위대한 작용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우리는 그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단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사랑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종종 ‘공기’에 비유됩니다. 늘 우리 곁에 있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숨 쉴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소리치지 않으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소리도 냄새도 없이’ 자식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을 뿐입니다.
가장 위대한 리더십 또한 이와 같습니다.
최고의 리더가 다스리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을 통치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말합니다. 리더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잘 돌아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을 뿐, 자신의 공을 내세우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중용』의 길고 깊었던 여정은 이렇게 고요하게 끝을 맺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궁극적인 경지는, ‘나는 이렇게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가 다른 사람과 세상 속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그들을 가장 그들답게 살게 하는 것입니다. 나의 모든 노력이 노력을 넘어선 경지에 이르러, 지극히 자연스러워지는 것입니다.
나의 선행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을 때,
나의 사랑이 아무런 냄새를 풍기지 않을 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