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민음사, 2020)
신화란 상상력으로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으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시지프의 신화에서는 다만 거대한 돌을 들어 산비탈로 굴러 올리기를 수백 번이나 되풀이하느라고 잔뜩 긴장해 있는 육체의 노력이 보일 뿐이다.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된 빰, 진흙에 덮인 돌덩어리를 떠받치는 어깨와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의 온통 인간적인 확실성이 보인다. 하늘 없는 공간과 깊이 없는 시간으로나 측량할 수 있을 이 기나긴 노력 끝에 목표는 달성된다. 그때 시지프는 돌이 순식간에 저 아래 세계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 아래로부터 정상을 향해 이제 다시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들판으로 내려간다.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다. 그토록 돌덩이에 바싹 닿은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은 이미 돌 그 자체다!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괴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182~3쪽)
1.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은 단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와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책은 동시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이나 사건을 다루고, 현재적 문제의식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시적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독서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이와는 사태가 조금 복잡해진다. 우선 고전을 쓴 시기와 고전을 읽는 시기의 갭이 생긴다. 예를 들면 노자의 <도덕경>의 경우에는 심지어 BC와 AD의 간극을 갖는다. 1천 년을 넘게 견딘 고전은 .그래서 역사의 더깨가 끼어있다. 둘째, 시간적 갭뿐 아니라 문제의식의 갭도 발생한다. 얘를 들면 조선시대 신분제의 문제는 당연의 영역이었지만, 오늘날의 신분제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자체가 바뀐 것이다. 그 밖에도 고전을 쓴 저자의 세계관과 오늘날 독자의 세계관의 갭이 생길 수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