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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1. 2020

2020 독서노트 : 안광복의 철학하기

안광복, <철학으로 휴식하라> (사계절, 2020)

자유인은 일에 매몰되는 경우가 없다그들은 치열한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 속에서 지금 하는 일의 의미를 되묻곤 한다. ‘내가 하는 작업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일까?’등등노예는 반복할 뿐이지만 자유인은 성찰한다노예는 주어진 일은 잘할 수 있다그러나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 앞에서는 당황하기 십상이다그러나 여유 속에서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자유인은 돌파구가 될 만한 생각을 내놓곤 한다현대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을 펼친다는 뜻이다.(54)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임상철학자라고 소개되는 중동고등학교 철학교사 안광복은 나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재밌고 간결하다. 그는 매년 준(?)-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책을 낸다. 아마도 1년에 한 권 책쓰기를 실천하는 듯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총 34개의 책 (공저포함)이 검색된다. 이 중에서 적어도 나는 10권 정도는 구입하여 읽었던 듯싶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의 책을 언제부터 읽었더라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연대순 목차에 따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사계절, 2004)는 학원시절 학생들과 낭독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웅진지식하우스, 2007)는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쉽게 써야지 생각했다. 《인생고수》(웅진지식하우스, 2008)는 ‘삶의 열병을 앓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카운슬링’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이때부터 안광복은 철학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삶으로 녹여내는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사계절, 2010), 《철학교사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한계레에듀, 2011)으로 이어지면서 관심이 영역이 넓어짐을 알 수 있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철학(자)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일상적 주제로 철학적 글쓰기를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다.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2012), 《도서관 옆 철학카페-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어크로스, 2014),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어크로스, 2015), 《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꿈을 찾는 철학수업》(사계절, 2016), 《철학, 역사를 만나다》(어크로스, 2017), 《우리가 매혹된 사상가들》(사계절, 2018),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어크로스, 2019) 등 주로 어크로스와 사계절 출판사를 오고가며 낸 책들은 분명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사생활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금년에 나온 《철학으로 휴식하라》(사계절, 2020) 역시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여는 글과 맺는 말을 포함하면 35꼭지의 짧은 글 모음이다.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32명(스피노자가 2번 등장한다)의 철학자가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를 바랄 때, 욕망과 집착으로 괴로울 때, 매너리즘에 빠져 허덕일 때, 세상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미래를 여는 혜안이 필요할 때 소환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광복 철학책의 특징은 초창기에 철학자의 설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삶의 상황과 문제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면서 철학적 지침들을 짧고 간결하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교사생활과 철학적 사유가 이제 잘 녹아들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이번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하드카버에 콤팩트한 사이즈라는 점이고,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철학적 태도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32명의 철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로서 어느 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와 강점을 소개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삶의 지침이 되는 몇 개의 지침도 마련할 수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드물게 사오셨던 과자종합선물세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있었고, 싫어하는 과자도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좋아하는 과자를 많이 먹고, 싫어하는 과자는 적게(?) 먹었다. 이 책은 그런 과자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책이다. 먹을 것이 풍성하니 골라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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