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2020. 8. 5일자 인터넷 -김경윤의 '하류인문학' 61
나는 코로나 19. 인간들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인 미생물이라고 말하는 바이러스다. 나는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불가분 세포 속에 침투하여 핵산을 이용하여 나 자신을 무수히 복제하면서 증식한다. 그것이 나의 생존방식이다. 나는 선도 악도 아니다. 나는 본능에 따라 생존을 이어갈 뿐이다. 과거에는 인간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동물 속에 살았으나, 지금은 전세계로 영역을 확장하여 1천 8백만이 넘는 인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로 인해 6십 9만명이 죽은 것은 나에게도 손해다. (2020년 8월 4일 현재)
나는 아프고 가난하고 늙고 약한 인간들부터 파괴하였다. 나를 지배하고 없애기 위해 인간들은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면, 인간은 나의 영역을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나의 영역을 파괴하였고, 그로 인해 나는 인간의 영역으로 이주하였다.
그런데 인간 속에 들어와 살다 보니 나보다 더한 놈이 인간들과 살더라. 그런데 인간들은 이놈은 없애려고 하지 않고 아예 숭배를 하니 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이놈은 나와 너무도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하여 나는 내 형제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나와 다른 점은 나는 자연의 산물인데, 이놈은 인간이 만들었더라. 나보다 먼저 인간을 점령한 이놈의 이름은 ‘돈’이다.
돈이란 놈은 생명도 아닌데 인간 속으로 들어와 인간을 지배하고 있더라. 처음에는 규모가 작더니 인간의 욕망에 기생하면서 자신을 무수히 복제하고 증식하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다. 이놈 역시 처음에는 치명적이지 않았다. 그저 사물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더라. 그러다가 이놈에게 매료된 인간들은 이놈을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이놈이 많음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이놈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부리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더라. 이놈 역시 나처럼 아프고 가난하고 늙고 약한 자들을 먼저 파괴한다. 이놈으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이 나 때문에 죽어간 사람보다 훨씬 많은데도, 사람들은 이놈에 대한 백신은 개발하지 않더라.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인간 사회에 이주하여 살면서 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간 것인지, 이놈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간 것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놈이 나보다 훨씬 잔인한데 왜 나만 이리 못살게 구는지. 인정사정 없기로야 나나 이놈이나 매 마찬가지인데, 왜 나는 죽이려 하고, 이놈은 더욱 살리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보니, 처음 내가 인간 사회로 들어오게 된 것도 이놈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더라. 인간은 이놈을 살리려고 자연을 파괴하고, 식물들을 괴롭히고, 동물들을 학살하고, 심지어는 같은 인간에게도 못된 짓을 서슴없이 하더구나. 이놈 때문에 나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을 보면서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놈이 지구상에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로구나. 나는 이놈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구나. 이놈이 온세상에 퍼져나가 이미 지구 전체를 점령하고 말았구나.
나의 목숨도 이놈이 좌우하겠구나. 이놈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나로부터 안전하고, 이놈 없는 인간들이 가장 먼저 목숨을 잃겠구나. 결국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이놈의 숙주였구나. 이놈에게 감염된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른 생명체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겠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두려워졌다. 나는 이놈이 두려운데, 인간은 이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더욱 두려워졌다. 나의 이름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놈의 이름은 머니 바이러스! 이놈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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