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코로나로 가족간의 싸움이 잦습니다. 싸움해결법은?

그대가 묻고 내가 답하는 인문학 Q&A

by 김경윤

코로나가 장기간 지속되자 가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회적으로 비대면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가족 간의 대면은 더욱 증가하고 있지요.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니 집에 있고, 재택근무라 하여 직장을 다니던 식구들도 집에 있고, 공공장소나 식당에 자유롭게 가지 못하니 집에서 배달시켜 먹거나 만들어 먹는 빈도수도 늘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라도 줄어든 상황이라면 갈등이 시작될 수 있는 기본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평소에 다정한 가족 간이라면 갈등이 심하게 전개되지 않겠지만, 평소에 서먹서먹하여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지내던 가족 간이라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 간에서 지켜야할 가족 간의 거리가 필요할 텐데, 상황이 그 거리를 좁혀놨네요. 평소에 충분히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고 ‘비폭력적 대화’를 훈련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낯으로 경험하는 가족 간의 갈등은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이기도 합니다.

직장이나 공공의 활동에서는 드러내지 못했던(!) 그놈의 ‘성깔’이 가족에게는 아무런 필터도 없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삐지고, 별 것 아닌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기도 하지요. 게다가 가족 간에는 기본적인 예의를 ‘밥 말아 먹은’ 상태가 되기도 해서 작은 갈등이 큰 갈등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별 것 아닌 갈등으로 서로가 오해하여 며칠을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몇 달이 가기도 합니다.


제 부끄러운 경험을 기초 삼아 가족 갈등 해결방법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져서 아침에 약을 먹고 또 약을 먹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약을 먹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약봉지를 식탁에 놓아두게 되었는데, 그게 쌓이면 며칠째 약봉지가 쌓이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약봉지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그냥 귀로 흘러들었지요. 그러던 중에 아내가 조금 언성을 높여 이를 지적하자, 저도 모르게 따라 언성을 높여 대꾸하게 되었지요. 그냥 약봉지를 고분고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일을, 태도의 문제로 전환시켰다가 급기야는 성격의 문제로 확산되고, 심지어 인격의 문제로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순간의 사건이 과거를 소환하고, 삶 전체를 뒤흔드는 사태가 된 것이지요.

이로 안해 며칠을 아내와 서먹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조건 제 잘못이었습니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자기가 일으킨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면 될 것을, 아내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천인공로(^^)할 짓을 제가 한 것이지요.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대했으니 갈등이 해결될 수가 없었습니다. 약봉지 문제는 저의 사과와 약을 먹자마자 쓰레기 행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갈등의 해결은 갈등의 원인을 찾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원인이 문제를 일으키고 갈등을 겪게 만듭니다. 원인을 만든 당사자는 갈등이 시작되지마자 그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구한 변명이 필요없습니다. 갈등의 원인을 찾아보지 않고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갈등이 화를 만들냈습니까? 화를 증폭시키지 말고, 원인을 찾아보세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지 마세요. 약봉지 때문에 이혼하지 마세요. 시간을 두고 차분한 대화로 해결하세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빨리 먼저 사과하세요.


PS. 선물이나 돈, 같이 맛있는 것을 먹는 거로 갈등이 해결되는 집안은 축복받은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사과와 더불어 이용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쓰는 공책>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