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14 :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뎍경>

by 김경윤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다양한 지혜를 알려주는데요. 그 중에서 하나는 이겁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해.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이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작가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다루어져서는 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게된 수없이 많은 원인과 계기, 현상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망들, 그러고 그러한 현상이 뜻하는 바인 의미 등도 탐색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현상처럼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시절 연애에 실패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눈에 보이는 현상에 몰두하느라, 그 마음의 결을 관찰하지 못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디 연애만이겠습니까. 그 마음이라는 것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것이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생겼습니다. 인간 마음의 원리를 탐구하려는 학문인데요. 각기 다양한 주장이 있을 뿐, 모두가 공감하는 학설은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프로이트의 심리학도 현대에 와서는 하도 만신창이가 돼서 점점 그 위력을 상실해가고 있지요. 어쩌면 하나의 법칙으로 마음을 탐구하는 것 자체가 출발점을 잘못 잡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천을 흐리듯”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평온했던 마음을 혼돈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마음을 탐색해왔지만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 더욱 많습니다. 만약에 인간에게만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어찌 파악할 수 있을까요? 고대의 사상가들은 이를 인간의 마음인 ‘심(心)’과는 다른 용어로 ‘도(道)’라 하였습니다. 유가가 이야기하는 사단칠청론이나 이기론은 우주의 원리를 인간의 세계에 적용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주역>이나 <명리학> 역시 그러한 노력에 다름 아닙니다.

작가는 이러한 이론적이고 추상적이며 학문적 노력과는 달리 세상과 인간을 형상적으로 관찰하고 묘사하고 서술함으로써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합니다. 시적 용어로 말하자면 심상(心象)이 될텐데, 이를 구성하는 오감(五感)을 넘어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지점에까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작가의 욕망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보이는 것/보이지 않는 것, 설명가능한 것/설명불가능한 것,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표현할 수 없는 것의 경계지점에서 항상 흔들리며 자신의 능력과 무능을 통감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작가의 처지를 천형(天刑)이라 해야할까요, 천복(天福)이라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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