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서문쓰기 : 힘든 시기를 웃으면서 보내는 법

김경윤, <장자에게 잘 놀고 먹는 법을 배우다> (우리학교, 2020)

by 김경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강의도 줌강의로 진행하고 있지요. 강의는 법가, 유가, 도가 사상에 대한 소개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도가사상인데요. 21세기는 생태주의를 중심으로 삶의 구조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도, 기후위기를 대처하는 것도, 자본주의적 욕망에 브레이크를 설치하는 것도 모두 생태주의와 관련이 깊습니다. <장자>는 직접적으로 생태주의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고전입니다. 강의를 진행하다보니 초보적인 교양인이 읽었으면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나온 청소년 교양서를 소개합니다. 흥미진진하게 읽히리라 약속합니다.^^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일까요? 할아버지 세대들은 한국전쟁과 보릿고개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님 세대들은 IMF와 대량실업 사태 이야기를 하지요. 학생들은 헬조선과 5포세대 이야기를 하네요. 그러면 앞으로는 우리의 삶이 좀 나아질까요? 과학은 점점 발전하고, 생활은 점점 편리해지고 첨단화되어 가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걱정이 태산이네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긴 걱정이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전쟁하는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주나라가 서쪽 오랑캐의 침입으로 동쪽으로 수도를 옮겼던 BC 770년에서 진나라가 중국천하를 통일했던 BC 221년까지 대략 550년 동안의 전쟁기간이 바로 이 시대입니다. 통일중국에서 100여개의 나라로 나눠졌다가 다시 진시황에 의해서 단 하나의 통일국가가 형성되었던 시기이지요. 이 시기를 다른 말로는 ‘백가쟁명’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온갖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론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시대이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전쟁하는 나라들의 시대’입니다. 시기상으로는 BC 403년부터 BC 221년까지 180여년의 시기입니다. 춘추시대의 사상가들이 사상의 씨앗을 뿌렸다면, 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은 그 사상을 키워 무르익게 했지요. 수많은 사상가들이 있지만, 춘추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은 노자, 손자, 공자 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 같구요.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은 묵자, 맹자, 장자, 한비자 등이 있습니다.


민주네 가족들이 만나는 사상가들이 바로 이 묵자, 맹자, 장자, 한비자입니다. 묵자는 반전 평화를 주장하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라고 말했지요. 맹자는 성선설과 사랑과 정의를 외치며 군주와 백성이 함께 즐기는 세상을 꿈꿨구요. 장자는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며 권력이나 명예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비자는 고위권력을 부패를 고발하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과 질서 있고 안정적인 사회를 기획했습니다.

이들 모두는 평화로운 시기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며 자신의 사상을 펼쳤던 것이 아니라, 전쟁의 시대에 그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아파하며, 그러한 전쟁이 어서 끝나고 평화로운 시대가 오기를 염원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백성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겼고, 무능한 권력을 무엇보다 비판했지요. 그리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세상의 평화가 오기를 바랐습니다.

이들의 꿈이 자기 시대에 온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중국과 주변 나라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며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집대성한 묵가사상, 유가사상, 도가사상, 법가사상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이웃나라인 일본에까지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어요. 우리나라는 특히 조선시대에 유가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통치이념으로 삼았습니다. 지금 우리의 핏속에는 아마도 공자와 맹자의 사상이 가장 뿌리 깊게 새겨져 있을 겁니다.

우리가 이들을 만나는 것은 마치 우리의 역사적 DNA를 추적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시대의 어려움을 함께 진단하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지도 몰라요.


맹자가 말합니다. “동네친구를 사귀고, 나라의 인재들을 사귀고, 천하의 인재들을 사귀라. 그리고 옛날에 있었던 지혜로운 사람을 사귀라. 마지막 사귐이야말로 최고의 사귐이다.” (<만장>하8)

이 책이 최고로 멋진 옛사람과 사귐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2020년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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