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글쓰기 2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 2020)

by 김경윤

다른 취미에 대해서도 그렇다. 틈틈이 바둑을 두는 사람, 기타를 치는 지인에게 우리는 그걸 왜 하는지 묻지 않는다. 그냥 바둑을 좋아하는구나, 기타를 좋아하는구나 여길 뿐이다. 직장 동료가 댄스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멋지다고 응원해주지, 언제 아이돌로 데뷔할 건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책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그거 써서 뭐 하려고?” 하고 스스로 묻고 “내가 그런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며 자기검열에 빠지는 걸까. 그냥 내가 좋아서 쓴다는 이유로는 부족한 걸까. 책 쓰기의 목적이 나 자신이어서는 안 되는 걸까. 책 출간은 자동차 운전과 다르다. 시시한 책을 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자격 있는 사람만 책을 낼 수 있다’는 은근한 분위기는 이미 책을 낸 기성작가들과, 작가를 선망할 뿐 글을 쓰지는 않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허구다. 당장 서점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자. 저자 본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별 상관 없는 책이 신간 코너에 많이 있을 거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지난 세기에도 그랬다. (47~48쪽)

인기소설가인 장강명이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아, 내가 쓴 책이 드디어 경쟁작을 만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모차르트를 만난 살리에르처럼 심술이 났다.^^ 심술은 심술이고, 나는 본성이 좋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잽싸게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책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읽었다. 역시 장강명이다. 재밌다.

장강명이 이번에 쓴 책은 내 책과 유사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유사한 점은 어쨌든 책을 쓰는 공정을 곳곳에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내 책이 책을 쓰는 이유와 공정을 따라가며 그에 대한 생각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 장강명의 책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공정은 나보다 친절하지 않지만, 장르 글쓰기에 대한 정보는 훌륭하다. (나는 이에 대해서는 《글쓰기 책》에서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장강명은 에세이 쓰기에 대해 5꼭지, 소설쓰기에 대해서 5꼭지, 논픽션 쓰기에 대해 3꼭지를 배분하여 책의 중심에 배치하였다. 장강명이 그동안 기자로,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잘 녹여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비문학적 산문분야를 다뤘다면, 장강명은 문학적 산문분야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장강명의 책은 내 책의 경쟁작이 아니라 상생상보하는 동반작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다소 안도가 되었다. 충돌하지 않고 비켜가고 있다.) 장강명과 나는 노는 물이 달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초보작가에게 괜찮은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냥 정보가 아니라 장강명이 경험한 것을 기초로 하여 정보를 녹여냄으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꼭지를 끝날 때마다 P.S.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앞에 본문을 읽는 재미만큼 흥미롭다. 퇴고하기 피드백받기 꼭지를 읽다가 엄청 공감하며 피식 웃었던 대목 : “아내가 원고를 읽고 고칠 점을 지적해줄 때 아무리 애써도 웃는 표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얼굴이 너무 굳어지면 아내도 눈치를 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내 의견 얘기 안 해준다’고 약을 올린다. 그게 너무 싫다…….”(234쪽)


아울러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멋진 정보도 제공해줬는데, 장강명은 생계나 경력 관리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50대 이상이 저자로 대뷔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근거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문학적 생태계의 현상이다. 주민등록상 30대 인구(707만여 명)보다 50대(866만여 명)이 많다는 것, 문학상 수상작을 보자면 일본에서 2010년대에 신중년 신인 소설가가 큼직한 문학상을 수상한 사례와 한국에서 2020년에 신문문예 단편 소설 부분에서 62세의 최고령 당선자가 나온 사례가 있다. 예전에는 50~60대는 기운이 떨어진 노년층에 속해있다면, 오늘날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신중년층이 바로 이 세대다. 내가 속해 있는 세대! 나는 장강명의 예측에 만세로 화답한다. 그래서 외친다. 대한민국의 50대 60대여, 글을 쓰자, 책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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