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파수라
824.
어떤 사람들은 ‘이것만이 청정하다’고 고집하면서, 다른 가르침은 청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가 따르고 있는 것만을 진리라 하면서, 서로 다른 진리를 고집하고 있다.
825.
그들은 토론을 좋아하고, 토론장에 나가 서로 상대방을 어리석은 자라고 비방하며, 스승을 등에 업고서 논쟁을 벌인다. 자신이 논쟁에서 이기고자 스스로를 진리에 도달한 사람이라 하면서.
826.
논쟁을 하는 사람은 이기고자 애를 쓴다. 그리고 패배하면 풀이 죽어 상대방의 결점을 찾다가 남에게 비난을 받고 화를 낸다.
827.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그대는 패배했다. 논파당했다’라고 하면, 논쟁에 패배한 자는 슬피 울고 ‘저 사람이 나를 이겼노라’며 비탄에 잠긴다.
828.
이러한 논쟁이 수행자들 사이에 일어나면, 이들 가운데에는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논쟁에서 이겨도 잠시 칭찬을 받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829.
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것으로 칭찬을 받으면 속으로 기대했던 이익을 얻어 그 때문에 기뻐 우쭐해진다.
830.
우쭐해진다는 것은 오히려 그를 해치는 일이다. 그는 교만해지고 허세를 부리게 된다. 그러므로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누구도 논쟁으로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831.
이를테면, 국왕의 병사가 적의 병사를 보고 달려가는 것과 같다. 병사여, 그 적이 있는 곳으로 가라. 그러나 우리가 싸워야 하는 적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832.
자기만의 철학적 견해를 가지고 논쟁하며 ‘이것만이 진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대는 그들에게 말하라. ‘논쟁이 일어나도 그대를 상대해 줄 사람은 여기는 없다’고
833.
또 번뇌의 군대를 물리치고, 바른 견해가 모든 편견과 부딪히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대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파수라여, 오랫동안 ‘으뜸가는 것’이었다 해서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834.
그런데 그대는 ‘나야말로 승리를 거두리라’ 생각하며, 마음속에 여러 가지 편견을 가지고 사악함을 물리친 사람과 같이 걸어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진리에 이르지 못한다.
토론과 논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經)이다. 자기가 따르고 있는 것만을 진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서로의 진리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 토론하고, 상대방의 어리석음을 비방하고, 이기려 한다. 이기는 사람은 교만해지고, 지는 사람은 풀어죽어 지내다가 상대방의 결점을 찾는다.
승자는 칭찬이라는 일시적 이익이 있을 뿐, 아무런 이익이 없다. 우쭐해짐은 오히려 승자를 해친다. 교만과 허세는 오히려 승자를 해치게 된다.
오랫동안 ‘으뜸가는 것’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한 진리란 없다. 한번 논쟁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우쭐대지만, 그러한 태도로는 결코 진리에 도달하지 못한다.
스승은 승단 안에서 논쟁하는 것을 금했다. 승단은 하나의 입장으로 통일되어 있었나? 그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스승이 염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승패를 가르려는 태도, 그 후에 발생하는 갈등양상, 패자의 분심(憤心)과 승자의 교만과 허세를 경고한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