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칼럼쓰기 3 : 쓰지 못한 원고

2021.3.11. <고양신문> 인터넷판

by 김경윤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음 칼럼 일정이 3월 10일까지입니다.^^”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카톡에서 본 것이 3월 2일이다. 평소 같으면 그날로 써서 송고했을 것이다. 고양신문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게 2016년 1월부터니까 햇수로 7년째다. 그 사이에 원고마감을 어긴 적은 내 기억에는 없다. 일주일이나 기한을 주었으니 원고지 7, 8매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달 주기로 찾아오는 칼럼쓰기는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나에게는 식사 한 끼와 같은 일이어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휘리릭 써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마감일을 어기고야 말았다.


마감일 당일 시장님과 북토크 일정도 무사히 마쳤기에, 글감옥(?)에 돌아와 평소처럼 컴퓨터를 부팅하고 스트레칭하고 손가락 마디를 풀며 자판 위에 올려놓았다. 이미 칼럼 제목을 ‘투 스텝 포워드’라고 정해놨었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첫발이니 이제 두 번째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지방자치의 시대, 국민주권의 시대를 구체적으로 실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정리해놓았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쓸 수 있는 칼럼이었다.


그렇게 예상하고 글을 시작했지만,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엉키기 시작하여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말들,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 미얀마 민주항쟁의 참담한 소식, 이와는 별도로 대한민국 최대도시 두 곳에서 치르는 보궐선거 양상, 보수언론의 미친 것 같은 논조, 그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소식이 없었다. 평소에 평정한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나보다. 칼럼을 분노의 배출구로 만들 수는 없는 처지이고, 심신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한 시간이면 쓰던 칼럼을 네 시간이 지나도록 완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다음날 카톡을 보니 예상대로 원고독촉 메시지가 떴다. ‘그래, 오늘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써보자’ 생각했다. 카톡에는 많은 메시지가 읽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코로나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도 있고, 협조요청을 원하는 공문메시지도 있다. 그러다가 2021년 3월 도시가스 요금안내 메시지가 눈에 띠었다. 창을 열고 읽어본다. 납부하실 금액 : 총 1,030원. 요금의 세부항목이 아래에 적혀있다. 기본요금 0원, 사용요금 0원, 부가세 0원, 연체금액 17원, 절사금액 –7원, 당월소계 10원, 2월 미납 90원, 1월 미납 930원, 미납 소계 1,020원, 합계 1,030원.


도서관의 보일러가 망가진 지 2년이 지났다. 작년부터 말썽이더니 올겨울에 혹시나 해서 틀어보았으나 작동되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요청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월세 두 달치를 삭감해주었으니 보일러까지는 고쳐줄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서 기나긴 겨울을 보일러를 틀지도 못하고 작은 전기히터 하나로 버텼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상수도마저 3차례나 얼어 고생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임대료를 좀 깎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워낙 싸게 임대했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집주인은 말했다. 임대료가 비싸면 나가시는 게 맞는 게 아니냐는 말과 함께.


오호라, 곤고한 생활이로고. 지 앞가림도 못하고 살아가는 주제에 민주주의는 무슨 개뿔. 생각이 여기까지 달리니 칼럼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어진다. ‘칠 년 동안이나 썼으니 많이도 썼구나. 술 한 잔 값도 안 되는 원고료를 받은 들 무슨 소용이랴’라는 생각도 들고,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기고 나는 그냥 이대로 버틸란다 하는 나약한 심사가 옹이처럼 마음에 콱 박히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처음으로 원고를 쓰지 못했다,라는 원고를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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