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32 : 써야할 때와 멈춰야할 때

작가의 괌점에서 다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카드게임 고스톱을 해보면 ‘고’해야할 때와 ‘스톱’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고’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스톱’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오래된 지혜도 있습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말이지요. 운동을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 이 지혜는 유용합니다. 지나침은 위험합니다. 과음(過飮)과 과식(過食)이 위험한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멈출 줄 알아야겠지요.


멈춤[止]은 동양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전한 《대학》에는 ‘지어지선(止於至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극히 선함에 머물라고 풉니다. 교육의 최종목표이지요. 그러면 지극히 선함이란 무엇일까요? 자신의 밝음을 밝히고[明明德],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親民] 겁니다. 한편 노자의 《도덕경》 32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이름을 이미 얻은 후에는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습니다.(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 보면 ‘장대관람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대개 장대를 올라갈 때는 한 계단씩 차례로 밟고 올라가기 때문에 위험을 모르고 있다가 내려오려고 눈을 한 번 보면 헤아릴 수 없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현기증이 생기는 까닭이니 그 탈의 원인은 눈이다. 벼슬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바야흐로 벼슬이 올라갈 때는 한 등급, 반 계단씩 올라 남에게 뒤쳐질까봐 남을 밀치고 앞을 다투다가, 마침내 몸이 숭고한 자리에 오르면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고 외롭고 위태로워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뒤로는 천 길 낭떠러지로, 붙잡거나 도움 받을 희망마저 끊어져서 내려오고 싶어도 내려올 수 없게 된다. 역대의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벼슬아치만 그렇겠습니까?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들은 보는 눈도 많아지고 그에게 기대하는 바도 커집니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잘 나가던 작가가 하루 아침에 추락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유명해지기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성급히 글을 쓰다보면 함량에 미치지 못하는 글을 쓰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봐서 너무도 잘 압니다. 작가들도 써야할 때와 멈춰야할 때도 잘 알아야 합니다. 성실함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성실함은 자신을 지켜내는 겁니다. 그러나 과욕은 자신을 넘어서는 겁니다. 자신을 넘어서는 글쓰기는 멈춰야 합니다. 위태로운 삶을 선택하지 마세요. 멈출 때 멈추는 삶을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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