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35 : 담담하고 담백하게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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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신나는 음악이 우울한 마음을 위무하고, 맛난 음식이 입맛을 돋우기도 하고, 화려한 복장이 눈을 즐겁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신나는 음악도 오래 들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고, 맛난 음식도 계속 먹으면 싫증이 나지요. 화려한 복장도 특별한 날에 입으면 좋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거추장스러워 입지 않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화려하고, 근사하고, 맛깔나게 써야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쓰는 작가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문장운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글이 길수록 호흡도 길어야 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려면 잔재주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사(修辭)보다 속에 감추어진 정신이 더욱 중요합니다.


비범해지기보다 어려운 것이 평범함입니다. 그래서 <한비자>에서도 “개나 말은 그리기 어렵지만, 귀신이나 도깨비는 그리기 쉽다.(犬馬難 鬼魅易)”라고 말한 것입니다. 왤까요? <한비자>에 등장하는 화가의 입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귀신이 가장 그리기 쉽습니다. 개와 말은 모두가 아침저녁으로 보는 짐승이기 때문에 꼭 그대로 그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귀신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그려도 되니 아주 쉽습니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주변의 사물이나 정서에 대해서 담담하게 담백하고 진솔하게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눈에 띠는 모습보다는 너무도 평범해서 평소에는 눈에 띠지 않는 모습을 그려보세요. 누구나 볼 수 있는 모습을 진실되게 그릴 수 있다면 무엇보다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마시는 물처럼, 가장 많이 먹는 밥처럼, 가장 많이 호흡하는 공기처럼 그렇게 우리의 삶을 살리지만 무미(無味)하고 무해(無害)한 글을 많이 써보세요. 그게 진짜 실력입니다. 그래야 오래 갑니다.


노자 <도덕경> 35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큰 그림이 그려지면, 세상으로 나아가라. 나아가도 해롭지 않고, 편안하고 태평하다. 화려한 음악과 맛난 음식이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을지 모르지만, 큰 도가 제시하는 길은 담백하여 맛이 없고, 보려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해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執大象,天下往;往而不害,安平泰。樂與餌,過客止。道之出口,淡乎無味,視之不可見,聽之不可聞,用之不可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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