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글쓰기를 같은 공부하는 문우들에게서 “어느 정도까지 써야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제 대답은 “필요한 만큼!, 꼭 그만큼!”입니다.
쓰고자 하는 말을 끝까지 못 쓰는 것도 문제지만, 그만 써도 되는데, 길게 쓰는 것이 실력이라고 착각하거나, 멋진 말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나치게 인용을 많이 하거나, 관련 없는 것들을 곁가지치듯 쓰는 것은 사족(四足)을 넘어 민폐(民弊)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어느 만큼이 필요한 만큼일까요? 상황(조건)과 목적에 맞는 만큼입니다. 술자리를 한 번 생각해봅시다. 간단히 한 잔 마시고 헤어질 자리에서 많은 술이나 안주를 시키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소주잔을 내밀었는데 소주를 병째 드리붓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넘치는 술은 모두 버려질 뿐만 아니라 주변을 더립히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에는 항상 글쓰기의 상황(글의 환경, 독자, 원고의 분량)에 맞춰야합니다. 간단히 술 한 잔 할 상황이라면 술과 안주(글감) 역시 넘쳐서는 안 됩니다.
글쓰기 교과서에서는 하나의 글은 하나의 주제만 담으라고 말합니다. 만약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둘 이라면 그 중에서 핵심으로 다루어야할 주제가 무엇인지 결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써야 합니다. 대등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차라리 글을 나누어 두 편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는 수 없이 많은 글을 씁니다. 원고청탁글은 차라리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 다행입니다. 상황(원고청탁자의 요구)에 맞춰 주어진 분량에 어울리는 글을 쓰면 됩니다. 한편 다양한 매체에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NS에 글쓰기를 할 때에는 일단 한 화면 안에 들어올 만큼만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화면 넘기기(스크롤)를 해야할 만큼 많이 쓰면 접근성과 호감도가 떨어집니다. 이는 엽서쓰기나 포스터 그리기와 비슷합니다. 짧은 분량이니 만큼 압축적이고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쓰면 됩니다.
무언가 설명하거나 논증해야할 글쓰기라면 그보다는 많은 분량이 필요하겠지요. 설명이 부족하거나, 논증이 치밀하지 않을 때는 글이 허술해져 보여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듭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이나 복잡한 논증은 그것을 읽는 독자의 흥미를 감소시키거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 교과서에서 가장 애매하지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적당히 쓰라.”
영화 <친구>의 대사를 떠올리는 이 말은 글쓰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동양철학적으로는 중용(中庸)의 도라고 하는데,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쓰는 것, 꼭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 쓰기에도 전진하기와 멈추기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글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적당할 때 멈추십시오. 적당할 때 멈춰야 위태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