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칼럼쓰기 11 : 지금의 민주주의자

인터넷 <고양신문> 2021.11.5.

by 김경윤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으로 후보를 확정했고, 이 글을 올라갈 즈음에는 국민의 힘당 후보도 확정될 것입니다.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대선 주자로 나섰습니다. 이번 대선 후보 확정과정은 이전 과정과는 다른 양상을 띠었습니다. 도대체 대선 후보의 정치 비전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대통령에 나섰는지, 그들의 정치 비전은 무엇인지, 그것이 세계사적 흐름에 맞는 것인지, 한국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도대체 알 수 없었습니다. 네거티브적 선전과 선동만이 난무했고, 정권 교제냐 아니냐만 반복적으로 재생되었다는 것입니다. 복수와 증오의 정치, 왜곡과 변명의 정치로 공수를 교대하며 엎지락뒤치락 할 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대중가요와 영화, 드라마는 이미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데, 한국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할 정치판은 그 수준이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니 토론과정을 볼 때마다 내가 우롱당하고 있구나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반영한다는데, 혹시 이번 대선 경쟁 양상은 나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낯뜨거운 인식에 도달했다고나 할까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과녁을 후보에서 나에게로 돌렸습니다.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2022년부터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고 치고, 나는 그 새로운 세상을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우선 세계사적으로 기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탄소 중립이 온 인류의 절체절명의 과제인데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석탄과 석유가 뿜어 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자동차를 기꺼이 안 타거나 덜 탈 수 있는가? 플라스틱의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각오는 되어 있는가?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택배 이용이나 배달음식을 안 시킬 수 있을까?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식과 절약을 습관화하고 있는가?

코로나 사태를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빈부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복지를 늘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해야하는데 나는 세금을 기꺼이 더 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증오와 혐오의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인(타자)에 대한 인정과 공존을 해야하는데, 나와 생각과 태도와 삶이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가?


한마디로 21세기에 걸맞는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민주주의자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는 그 사회의 제도와 법률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자가 아니라면 그 제도와 법률은 무기력합니다. 남이야 어찌 되든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민주주의는 장애물에 불과합니다.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온갖 사회적 문제를 떠안기고 남은 생애를 희희낙락하며 살아가는 기성세대에게 민주주의는 별나라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자가 민주주의를 합니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도 민주주의자가 있기 때문이지, 그 반대는 아닙니다. 우리는 저절로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왔던 우리의 과거가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과거의 민주주의자가 지금의 민주주의자는 아닙니다. 지금의 민주주의자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민주주의자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고양신문 (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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