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미니멀리즘’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삶에서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모두 없애는 것인데,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고 없애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만 하더라도 사립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매년 사들이는 책이 많고 그 책들을 모으다 보면 책에 치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책들이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떤 책에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통해서 금새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은 책들 속에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있는 책을 찾지 못하고, 또는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또 구입하는 사태가 생겨요.
진작에 정리했어야 했습니다. 구입했을 때에는 사연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효가 다한 책들도 버리지 못하게 되자, 이제는 짐이 되고 말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크게 정리하고 다짐하고 책을 선별하는데, 버라지니 아깝고 남겨두자니 짐이 되어 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더라구요. 머리는 분명히 알고 있어요, 버려야한다고. 버리지 않으면 결국 책더미에 쌓여서 오히려 삶에 혼란만 올거라고.
미니멀리즘이 생활에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글쓰기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입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글을 종이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에 자판으로 쓰게 되는데, 이 자판으로 글쓰기를 하다보면 문장의 낭비가 심해집니다. 손에 팬을 들고 쓰는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자판 글쓰기는 에너지가 비교적 적게 들지요. 그러다보면 꼭 필요한 문장만 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문장도, 빼도 충분한 문장도 쉽게 추가되기도 하지요.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다보면 낭비적 글쓰기가 됩니다. 문장은 넘쳐나는데, 읽을 것이 별로 없는 글은 좋은 글은 아닙니다.
소설가 헤밍웨이도 퇴고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지웠는데요. 그의 지우기 원칙은 일반원칙과 다르더라구요. 남들은 멋진 문장은 남겨두는데, 헤밍웨이는 멋진 문장은 지운다고 합니다. 그만큼 문장형식의 세련미를 거두고, 알맹이만 남겨놓겠다는 도저한 글쓰기 정신이 헤밍웨이에게는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부실한데 포장만 그럴 듯한 글이 아니라, 포장은 소박하지만 내용을 알차게 꾸며야겠습니다. 그러러면 글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글을 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문장, 겉멋든 문장을 없애고 없애야겠습니다. 비움의 글쓰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