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52 : 작가라야 글을 씁니다

작가의 관점으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2020년에 출간한 《책 쓰는 책》에서 나는 “글을 써야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라야 글을 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나는 작가는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작가’와 ‘외부의 작가’로. 이 둘은 맞짝이 됩니다. 우리가 통상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은 ‘글로 자신을 증명한 사람’이라는 외부적 공인을 조건으로 합니다. 자신의 책을 내거나, 적어도 인정받는 매체에 자신의 글이 실린 사람이 명실상부 ‘작가’라는 호칭을 받는 것이지요. 나 말고 바깥에서 인정해줘야 작가라고 생각할 때, 나는 이를 ‘외부의 작가’라고 말합니다.


이와 달리 ‘내면의 작가’는 외부적 경쟁을 통해 얻어내는 승리의 타이틀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하는 자존(自尊)의 타이틀입니다. ‘내면의 작가’는 외부의 작가와 경쟁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주된 활동으로 합니다. 철학에서는 이를 ‘성찰’이나 ‘반성’이라 말합니다. 성찰의 특성은 진실성에 있습니다. 진실성이란 거짓이 없다는 것입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진실성입니다. 진실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글에 드러냅니다.


이 진실성은 온전성과 통합니다. 작가는 글을 통해 완전한 자신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완전성(完全性, completeness)이 흠 없이 완성된 모습이라면, 온전성(穩全性, wholeness)은 흠이 있는 진실된 모습입니다. 완전이 선(善)만 있는 상태라면, 온전은 선악(善惡)이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심리학자 융이 말한 빛과 그림자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지우고, 빛만 드러내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온전한 글쓰기는 자신의 선과 악, 빛과 그림자 양면을 전체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렇게 드러난 글을 보며 독자는 공감과 용기를 얻습니다. 독자 역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독자는 작가의 글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만이 어두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여 밝은 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내면의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든 말든, 자신의 이름자가 박힌 매체가 있든 없든,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바라보고 용기있게 자신의 모습을 글로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내면의 작가는 외부의 작가보다 훨씬 근원적이고 중요합니다. 자신을 감추고, 남을 속이고, 문장을 꾸며 글솜씨를 뽐내고, 명예와 돈을 추구하는 작가가 넘치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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