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타악기 젬베를 배운지 2년째 되고 있습니다. 초보생일 때는 박자를 맞추기가 가장 어렵더니, 이제는 힘을 빼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노래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 행여나 박자를 놓칠까봐 긴장이 돼서 힘을 잔뜩 주게 됩니다. 힘을 주고 치면 소리도 날카로워지고 손도 아프고 오래 칠 수가 없게 됩니다. 쉬 지칩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치 회초리를 휘두르듯, 타격지점에만 힘이 실리고 나머지는 힘을 빼야 합니다. 근육에 힘을 빼고 살살 쳐야 강한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십시오,” 이해는 되는데, 몸으로 옮기기는 꽤나 긴 수련이 필요합니다.
노장철학을 자신의 무술의 원리로 이용한 절권도의 창사자 이소룡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 있습니다. “물이 되십시오. 물은 형태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그릇에도 담길 수 있습니다.” 노자는 자신의 철학을 물과 여자와 어린아이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운 듯 보이지만 그 내적 힘은 엄청납니다. 생명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은 생명을 키우고, 여인을 생명을 낳고, 어린아이는 생명의 시작입니다. 고목은 거센 광풍에 부러지지만, 풀은 광풍이 풀어 누워도 다시 일어섭니다. 가장 연약한 듯 보이지만 가장 강한 회복력을 갖습니다.
연주가 되었든, 무술이 되었든, 삶이 되었든 최상의 경지는 힘을 빼는 자연스러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강약의 조절도, 에너지의 분배도, 생명활동도 자연스러움을 잃게 되면 리듬을 놓치고, 쓸데없는 곳에 힘을 소모하고, 지치고 쓰러지게 됩니다. 헐떡이는 호흡으로는 오래 살 수 없습니다. 불규칙한 맥박은 건강의 적신호입니다. 극약처방은 일시적으로 우리의 에너지를 끌어올리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의 섭생(攝生)을 잘해야 합니다.
글쓰기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잘 쓰고 오래 쓰려면 힘을 빼야 합니다. 모든 문장을 화려하고 빛나게 쓸 수 없습니다. 찬란한 지식이나 어려운 개념의 글잔치는 독자를 쉬 지치게 만듭니다. 자극적인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시키면 안 됩니다. 영양가 있는 소박한 밥상을 차리듯이 일상의 언어를 잔잔히 사용해야 합니다. 좋은 글은 목소리를 높이는 글이 아니라, 친절하게 다가가는 글입니다. 성급하게 휘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천천히 스며드는 것입니다. 아이의 숨소리처럼, 잔잔한 바람처럼, 촉촉한 이슬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