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글쓰기 77 : 용두사미냐, 화룡점정이냐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노자 도덕경 77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 같습니다.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올리며, 넉넉한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탭니다. 하늘의 도는 넉넉한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것에 보태는 것입니다.” 자연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생태적 균형을 지킵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가 꼭 이 원리를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사회는 승자승 원칙, 즉 넘치는 자에게 더욱 넘치게 채워줍니다. 양극화 사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사회 복지라든지, 기본소득이라든지 사회적 균형을 되찾으려는 정책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경쟁의 원리만으로 사회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구성원들이 행복을 추구하도록 사회를 운영해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이제, 글쓰기의 현장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글을 쓰다보면 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부분은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뒤에 가서 흐지부지 끝내버리면 글을 읽기가 힘들어집니다. 드라마의 경우라면, 1회에서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초반을 거쳐 중반에 이르렀을 때에 이미 결말이 뻔하게 드러나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맥없는 일은 없습니다. 흥미가 사라집니다. 책은 어떻습니까? 서론부분이 흥미로워 책을 구입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이야기가 길을 잃거나, 중언부언을 거듭한다면 책 구입을 후회하게 만듭니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책을 만나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든, 책을 쓰든 균형감을 염두에 두고 글감을 조절해야 합니다. 초반에 너무 힘을 쓰다보면, 정작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때 힘이 떨어지게 돼서 쓸 말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초보작가들은 글을 쓰기에 앞서 간략하게라도 개요를 작성하여, 글의 전체 흐름을 짜놓는 것이 좋습니다. 개요는 글의 균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출판사에서도 신인작가들에게는 책의 목차나 시놉시스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는 글의 흐름뿐만 아니라 글 전체의 균형감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장 차원으로 보자면 남은 문장을 덜어내고 모자라는 문장을 채워넣는 것이고, 문단 차원에서는 문단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며, 책의 차원에서는 뒤로 갈수록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지도록 글의 내용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는 글이 아니라,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마감되는 글이 최고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꼬리가 보이십니까, 아니면 마지막으로 점을 찍어야할 눈이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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