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글쓰기 80 :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작가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것입니다만, 몇가지 특징이 있을 법도 합니다. 뭐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정리해보겠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되도록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퍽이나 많습니다만, 작가는 그중에서 글쓰기에 유혹된 사람입니다. 그 유혹에 충실하려면 많은 것들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나서,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글을 쓰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 작가입니다. 그러니 주변의 소란에 동요하지 않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작가는 유행보다는 자신의 루틴에 충실한 삶을 살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선방의 스님이 묵언수행을 하듯이 조용히 글에 침잠하는 게 좋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근원에는 “내가 아는 것이 맞나?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어.”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미지(未知)와 기지(旣知) 사이에서 생기는 이 묘한 긴장감은 작가에게 좋은 양분이 됩니다. 교만함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지적 충족을 위해 늘 노력하는 사람이 됩니다. 작가는 자신이 머문 곳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불만을 품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다는 말이지요. 호기심은 늘 열린 세계로 향합니다.
한편 작가는 뭔가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작가의 글은 선물과 같습니다. 선물의 기본 정신은 환대이지 교환이 아닙니다. 글을 쓸 때, 선물을 주는 기분으로 글을 써야 글이 잘 써집니다. 대가를 바라고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잘 안 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글에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도 이슬만 먹고는 살 수 없으니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회만 된다면 좋은 조건에 원고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조건에서만 글을 쓴다면 글 쓸 기회도 적어질뿐더러, 쓰고 싶은 글도 쓸 수 없게 됩니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글을 쓰십시오.
단순한 삶, 호기심 넘치는 삶, 선물하는 삶은 물론 작가만의 특징이 아닙니다. 예수나 부처와 같은 위대한 사람도 이러한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가로 산다는 것이 그 자체로 대단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것이라고 말해놓고, 이제와서 위대한 사람의 특징과 공명하고 있다고 말하니 모순된 듯 합니다. 이 모순을 지우는 마지막 문장을 써야겠습니다. 평범한 것은 위대합니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하고 평범한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로 위대함입니다. 작가는 그렇게 평범하고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