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달린다 21 : 지극히 아름답고 즐거운 경지
- 21편 <전자방(田子方)>
그 정신은 큰 산을 지나야 해도 방해가 되지 않고 [其神經乎大山而無介]
깊은 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入乎淵泉而不濡]
낮고 천한 지위에 놓여도 고달프지 않다. [處卑細而不憊]
언제나 하늘과 땅에 충만하여 [充滿天地]
남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데도 [旣以與人]
자기에게는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己愈有]
우리는 우주의 자식입니다. 1억 8천만 년 전 우주가 최초로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물질들이 별을 만들고, 별의 생로병사로 인해 생겨난 물질로 생명이 만들어졌고, 생명을 만들었던 물질들로 인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은 일치합니다. 우리는 우주에서 나와서 우주로 돌아갑니다. 노자는 “만물이 태어나던 처음의 경지에서 노닐 수 있”는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지인(至人)이라 말했습니다.
장자 21편 <전자방(田子方)>에는 이러한 경지에 도달한 지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자방의 스승인 순자(順子), 공자가 노나라에서 만난 온백설자, 공자에게 가르침을 준 노자, 진나라 목공 때의 현인 백리해, 주나라 문왕 때 낚시하던 노인, 열자에게 활쏘기를 가르친 백혼무인 등이 소개됩니다. 게다가 공자(孔子)는 노자(老子)에게 이러한 경지를 배우고 익혀 드디어 지인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장자는 이러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신인(神人), 성인(聖人), 진인(眞人)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인(至人)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람됨이 참되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늘처럼 텅 비어 있으며, 자연을 따름으로 참됨을 기르고 맑은 마음으로 만물을 포용합니다. 남들은 무도한 짓을 해도 그는 바른 모습으로 응대함으로 남들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그래서 잘못이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만물의 시작과 끝은 서로 끝없이 반복되어 그 끝을 알 수가 없으니 이로 인해 시비에 걸리지 않습니다. (...) 그 경지로 들어가면 지극히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지인은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고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사람입니다.”
오호라! 지인의 아름다움은 세속적, 육체적 아름다움과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음은 아름답고 늙음은 추한 것이 아니라, 젊거나 늙거나 그 변화에 시비걸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즐거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얻음이 즐겁고 잃음이 슬픈 것이 아니라, 얻어도 잃어도 마음의 동요가 없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즐거운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질문합니다. “선생님의 말씀 따라 말하고, 선생님의 이론에 따라 설명하고, 선생님의 마음을 따라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항상 선생님은 저보다 앞서 높은 경지에 도달하시니 저로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남들이 선생님을 믿고, 굳이 친한 척하지 않아도 주변과 친하고, 권력이 없음에도 주변에서 따르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지인의 경지에 도달한 공자가 답합니다. “주변을 잘 살펴보아라. 사람의 죽음이 슬픈 일이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이 마음의 죽음이다. 사람의 죽음이야 만물의 변화에 불과하다. 해가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해가 뜨면 세상일이 시작되고, 해가 지면 세상일을 그치는 것처럼, 만물 역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우리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이 운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너는 나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따르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지나간 것이다. 그것이 지금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텅 빈 시장에서 말을 사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느냐. 너나 나나 우리는 모두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모두가 잊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잊힐 수 없는 참된 내가 있지 않겠느냐.”
잊히기에 잊히지 않는 것, 그것이 무기(無己)의 경지입니다. 지인은 무기(無己)의 사람입니다. 장자는 말합니다. 공을 세워도 내세우지 않는 무공(無功)의 경지에 도달하라. 이름이 없기에 더욱 큰 이름을 갖는 무명(無名)의 경지에 도달하라. 마치 불경에서 부처가 무아(無我)의 경지를 통해 해탈에 이르렀듯이, 노자가 무위(無爲)의 경지를 통해 저절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경지를 역설했듯이, 장자는 자기를 앞세워 드러내면 사라지고 말겠지만, 자기를 지워 감춤으로 잊히지 않게 되는 경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지식인이라도 설득시킬 수 없고, 미인이라도 유혹할 수 없으며, 도적이라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 죽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없으니, 하물며 벼슬과 녹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큰 산을 지나야 해도 흔들리지 않고, 깊은 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낮고 천한 지위에 놓여도 고달프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늘과 땅에 충만하여 남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데도 더욱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