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는 멋쩍은 듯 담배갑을 꺼내 바코드를 찍은 뒤 건네준다. 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카드결제를 했다. 어쨌든 구입완료!
레종 프랜치 블랙을 피기 전에는 에쎄를 폈다. 에쎄(Esse)는 라틴어로 '존재'란 뜻이다. (담배회사 설명으로는 이탈리아어로 3인칭여성인칭대명사의 복수형이라고 한다. 길고 가는것이 여성용 담배를 떠올리게 했나? 어쨌든 나는 라틴어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레종(Raison)은 프랑스어로 '이유'라는 뜻이다. 찾아보니 '레종 데트르'의 준말로 '존재 이유'에서 온 말이란다. 좀더 순한 담배로 갈아탔을 뿐인데, 내 담배여정은 존재 단계에서 존재 이유를 묻는 단계로 옮겨탄 셈이다. 좀더 철학적 반성단계라고 해야할까?(그런데 왜 담배이름은 낯선 외국어가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