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글쓰기

스티븐 킹,《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17)

by 김경윤

영화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것》의 원작자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02)는 거의 20년 전 초판이 나오자마자 구입하여 흥미있게 읽은 책이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글쓰기 체험기이자, 휴머니즘이 넘치는 재치있는 책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상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문장은 너무도 생생하다. “불필요한 단어는 생략하라.(Omit needless words.)” (이 문장은 한국의 문장가 이태준의 《문장강화》(창비)에도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그의 글이 당시 나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소개하려고 책장을 뒤져보았지만, 없다. 누군가 빌려갔거나, 이사 중에 책상자 째로 버려졌거나, 어딘가 먼지 묻은 상태로 있지만 내가 못 찾은 것일 수 있다. 책이 쌓이다 보면 책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새로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구입한 책이 아마도 100권은 넘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았더니 구판은 절판되었고 리뉴얼판으로 2017년에 다시 나와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2001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제목은 훨씬 소박한 것이었다. 《글쓰기에 관하여(On Writing)》! 그런데 이 책은 단테의 《코미디》가 복차키오를 통해 《신곡(神曲)》으로 격상되었듯이, 우리나라에 와서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얻게 되었다. 근사한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흔쾌히 구입 리스트에 올렸다. 나중에 초판을 찾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성급한 마음에 인터넷 서점에 적혀있는 <책속으로>를 읽으며 추억을 더듬는다. 기억이 나는 문장도 있고,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놀란 문장도 있다. 아래는 내가 밑줄 친 문장이다. (다른 서평은 인용구가 앞에 있지만, 이번에는 인용구가 뒤에 있는 이유다.)

1.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이 책의 일부분은 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이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이다. 나머지는 이 부분이 가장 쓸모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허가증이랄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여러분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해내게 될 것이라는 나의 장담이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

2.

뮤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가 여러분의 집필실에 너울너울 날아들어 여러분의 타자기나 컴퓨터에 창작을 도와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뮤즈는 땅에서 지낸다. 그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여러분이 뮤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내려간 김에 그의 거처를 잘 마련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낑낑거리는 힘겨운 노동은 모두 여러분의 몫이라는 것이다.

3.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 그러나 편집사의 충고를 모두 받아들이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 타락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편집자의 완벽한 솜씨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4,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5.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강유원의 서평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