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버블이 무엇인지 아는가
AI는 지금 가장 뜨거운 성장 산업이다. 기업들은 GPU를 쓸어 담고,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AI는 미래”라는 문장이 이제는 진부할 정도다.
이 흐름 한가운데서 최근 그 유명한 마이클 버리(영화 빅쇼트 실존인물)가 조용히 경고를 던졌다.
“AI 칩의 감가상각이 현실보다 너무 길게 잡혀 있다. 기업 이익이 부풀려지고 있다.”
금융위기 때 숏을 쳐 대박을 친 이 투자자의 말에 모든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로 이 경고는 단순한 회계 논쟁이 아니라 AI 산업 전체의 자본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 가깝다.
Meta나 Microsoft 같은 빅테크 기업은 예전처럼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설하면서도, 최근 들어 일부 초대형 프로젝트는 사모펀드·인프라펀드·은행 등 외부자본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모펀드나 은행이 자산을 만들고, 기업은 완성된 시설을 임대해 사용하는 구조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부채 회피” 기법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인 부동산 리스백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
부동산은 30년 넘게 가치가 유지된다.
GPU는 2~3년이면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모델은 자본을 적게 묶고 확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AI 서버와 GPU가 부동산처럼 장기간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술 자산의 교체 주기는 이미 매우 빠르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성능 격차는 훨씬 커지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내부의 핵심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장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외부자본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촉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근본 자산의 가치가 빠르게 소진되는 구조”라는 특성을 숨기게 만드는 효과도 동시에 갖고 있다.
버리는 GPU·AI 서버의 실질적 경제 수명을 2~3년으로 본다. 반대로 기업들은 전체 시스템의 유효 수명을 기준으로 4~5년 이상의 감가상각을 적용한다.
어느 쪽도 명백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술 속도와 회계 속도 사이의 간극은 분명 존재한다.
실제 A100, H100 같은 칩은 4년 이상 사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델 크기 증가와 알고리즘 변화는 더 짧은 주기로 새로운 장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장비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것과 “이 장비로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재무 안쪽에서 서서히 압력으로 쌓이게 되고, 감가상각이 길수록 이익이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착시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과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 보호받는 국면에 있다.
AI 인프라 투자는 사모펀드·은행·인프라펀드의 핵심 투자 분야로 자리 잡았고, 대규모 자금이 쉬지 않고 공급되고 있으며, 기업의 부채 조달 비용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구조적 문제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기술 사이클의 빠른 교체 압력도, 감가상각의 느린 처리 방식도, 자산 가치의 빠른 소진도 모두 유동성 아래에서 일시적으로 가려진다.
하지만 이는 구조가 건전해서가 아니라, 위험이 뒤로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일 수 있다.
첫째, AI 수요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때
지금은 그런 조짐이 거의 없다. 기업·국가 차원에서 AI 도입이 초기 확산 단계에 있고, GPU 수급은 2026년까지도 여전히 부족하며, 완만한 둔화조차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이 변수는 위험을 촉발할 가능성이 낮다.
둘째, 장비 교체 압력이 더 가속될 때
이 문제는 이미 내부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기술 세대 교체가 빨라지고, 모델 크기가 커지고, 필요한 연산량이 확대되면서,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교체 주기는 회계가 반영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유동성이 그 비용을 흡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에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다.
셋째, 유동성이 줄어들 때
현재는 완화적 환경이 유지되고 있지만, 유동성은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변수이며, 금리 재상승이나 신용시장 경색이 오면 그동안 감춰져 있던 구조적 문제가 단번에 드러날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는 초기 단계에서 외부자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 변수의 변화는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만들 수 있다.
버리는 구조적 위험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그의 시장 예측은 종종 타이밍에서 어긋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에 대한 숏 포지션은 당시 시장 랠리를 이기지 못했고, 2023년 S&P500·나스닥 풋 포지션 역시 AI 랠리와 시장 회복 흐름을 앞두고 조기에 청산하면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시장은 ‘옳은 판단’보다 ‘옳은 타이밍’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위험이 존재해도, 그 위험이 즉시 가격으로 반영되지 않을 때 시장은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
현재 AI 산업이 딱 이 위치에 있다.
AI에는 분명 버블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시장의 큰 수익은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은 시기”, 즉 과열 국면에서 발생해 왔다.
닷컴 버블도, 2000년대 신용팽창기도, 2020년 유동성 랠리도 그랬다. 그리고 현재의 AI도 비슷한 흐름 위에 있다.
따라서 버블을 경계하되 시장을 완전히 회피하는 전략은 상승장의 대부분을 놓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위험을 인지한 상태에서 조절하며 참여하는 전략이다.
버블이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 많은 분야에서 과하게 쓰이고 있다고 느낀다.
금융권 사람들이 자주 말하듯, 버블은 보통 지나고 나서야 붙일 수 있는 이름에 가깝다.
저평가라는 말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듯, 버블 역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개념이다.
산업이 성장하는 어느 시기든 공급 과잉과 투자 과잉, 그리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신용경색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의 시장은 과거와 비교할 때 회복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투자자들 역시 급락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성숙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모두가 버블을 말할 때가 버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