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자술> by 기요하라 다쓰로

투박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여정

by EL

저도 금융시장에서 일을 했다보니 몇 권의 전설적인 투자가들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투박시럽고 꾸미지 않은 투자에 관한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카데믹한 이론보다는 뭔가 경험치를 녹여낸 에센스만 모아놨다고 해야할까요...


무덤덤하고 다소 퉁명스러운 얼굴을 전면 표지로 내세운 저자는 일본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기요하라 다쓰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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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취향인지 매우 자극적인 소제목을 사용하는 바람에 책의 디자인이 오히려 책의 퀄리티를 떨어져보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평소에 투자서를 읽지 않는 제가 이 책을 산 이유는 1. 일본의 투자 환경이 우리나라랑 좀 더 비슷할 것 같아서, 2. 일본도 중소형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3. 중소형주 투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다가 4. 도대체 뭘 다 가르쳐주겠다는 건지 알고싶어서 입니다.


내가 축적해 온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를 후계자에게 계승할 수 없다면 세상에 전부 까발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저는 하워드 막스의 책 이후로 만족스럽게 읽은 투자서 중에 하나입니다. 매우 쉽게 쓰여져 있고 일반인들이 잘 이용할 수 있는 어떤 기준점들에 대해서 꽤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또한 크나큰 성공 뒤에 자신의 레가시를 이어나가는 게 아닌 겸허하게 펀드를 청산하며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사업가가 아니라 찐 트레이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트레이더들이 점점 알파리턴이 아닌 fee collector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틀렸다고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도 옳았다고 반드시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저평가 소형주에 주목한 이유


요즘 같이 대형주만 올라가는 시장에 소형주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 외 일수도 있지만 저자는 투자아이디어 측면에서 대형주보다 소형주가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상승이나 하락의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참여자가 많아질 수록 무엇이 정말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 회사를 주시하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수가 많을수록 이변이 일어났을 때 그들에게 감지되기 쉬우며 추월당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저평가 소형주의 경우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전무하기 때문에 큰 기회가 있는 셈입니다.


한참 전에 제가 증권회사에 있을 때는 한국시장의 중소형주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오너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장의 동기가 불순한 업체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우리 시장도 어느덧 밸류업의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만간 코스닥 시장에도 변화는 있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유념할 점은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점입니다. 그의 기대수익률은 보통 몇 배의 리턴입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라면 그러한 뚝심있는 투자를 할 만한 강단이 있는지 자체필터링은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그럴듯 해 보이는 상식이라도 99.99퍼센트 옳을 수 있다고는 생각할지언정 100퍼센트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쉽게 시장을 오해하는 이유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노무라증권에서의 경험을 설명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조심해야 될 내용을 까발립니다. 제가 이 표현을 쓴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하는 그의 태도에 이 단어가 더 적절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증권사에게 중요한 것은 매매수수료, 그들은 시장이 고점일 때도 매매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

펀드나 랩서비스의 수수료는 허무맹랑한 수준일 때가 있다. 특히 허들레잇이 없거나 재간접 펀드의 이중수수료 구조 등에 대해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만든다.

펀드가 어느 정도 성과가 나면 증권사는 보통 수수료를 위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게 만든다.

저평가에 대한 오해는 흔하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적자를 냈든 내지 않았든 똑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있는가'이다

정보수집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 그 돈으로 주식을 사기 위한 밑천을 삼는 것이 낫다.

역사가 오래된 제조업에 투자할 때는 공장설비가 지나치게 낡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소형주는 이런저런 이유로 주가가 낮지만 본래 그렇게까지 낮을 이유가 없는 종목까지도 휩쓸려 저평가 되고 있다.

소형주의 성장성은 경영자의 몫이 90퍼센트이다. 이것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 덕분에 일본시장의 밸류구조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Counterintuitive thinking


저자는 변곡점의 순간마다 현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했고 성공한 적도 실패한 점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만을 화려하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과정의 상황과 판단과정 등을 자세히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는 주식시장의 일반적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흔히 듣는 주식시장의 격언 중 하나가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지만 바닥가격 근처에서 살려면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야한다고 전합니다.


특히 REITS (리츠) 투자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일본에 리츠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리츠의 배당특성 때문에 노년인구가 많아질수록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를 생각해보면 리츠는 꼭 공부해야될 자산이기 때문에 그의 경험담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쓰로가 생각하는 미래의 시장


역시 그도 10년 위기설에 대해 언급합니다. 무엇인가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언제 폭락할 수 없기에 폭락했을 때만 싸게 사는 것은 어려우며, 폭락했을 때도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가 미래의 일본 경제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한국에도 유효한 점이 많습니다.


일본 내수는 계속 축소화되며 축소 균형이 진행된다.

건설수요도 감소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공급이 감소해 건설업의 이익률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축소하는 시장에서 경영통합을 빠르게 진행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

소비자잉여를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회사를 찾아라.

앞으로 경영통합, 자사주 매입 등으로 일본주식 품귀시대가 찾아온다.


일본시장에 빗대어 본 한국시장


저자의 글을 읽으며 밸류업 정책, 행동주의 펀드의 진입, 노년인구의 증가와 내수부진 등과 같이 매우 비슷한 요소들이 한국과 일본시장에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인사이트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한국시장의 도약을 일본 시장의 밸류업과 비교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의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보며 한국 시장의 미래를 예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읽으면서 별표를 수도없이 그으며 꼭 두번 세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회고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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