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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개복치 Nov 13. 2023

참숯 갈비 수제 짚불 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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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자주 가는 쌈밥집 이름이 바뀌었다.

간판이 글씨로 꽉 찼다. 대충 기억하면 참숯 갈비 수제 짚불 쌈밥이다.

참숯으로 초벌을 구이해서 수제 짚불로 훈연한 갈비에 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까.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나왔다. 

꼭 나네. 내 글쓰기를 보는 것 같다. 

뭐든 적는다 적다 보니 참숯쌈밥이 되고 있다.

쌈밥을 먹겠다는 건가. 갈비를 먹겠다는 건가. 난 자살 상담사인데 최고의 조회수는 연애 고민 글이다.

연애 상담을 하는 날이면 조금 적는데 황당하다. 그다음은 자기 계발 쪽이다. 이건 내가 텐션을 좀 업하려 쓴다. 난 유머 있고 희망적이고 뭔가 밝은 기운을 주는 글이 좋다. 나 자체가 별로 심각한 사람이 아니다. 


그 다음 마지막이 메인 요리인 자살상담이다. 자살 예방 쪽 글이 제일 시간도 공도 많이 들어간다. 이 쪽은 크로스체크하느라 책을 본다. 확인하고 최대한 쉽게 쓰려고 업자 용어도 빼고 간략하게 적는다. 그러나 조회수는 제일 낮다. 어떻게 하면 눈물이 찡하면서도 피식 웃게 할까.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구나 싶게 만들까 고민하며 자살 쪽 글을 쓸 때 제일 공들이고 시간을 쓴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해서 내 글이 참숯 쌈밥이 됐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잭슨 폴락이 '빌어먹을 피카소 그 ㄴ이 다 해처 먹었어!'라고 광분했던 말이 떠오른다. 잭슨 폴락도 처음부터 그의 액션 페인팅이 나온 건 아니다. 나처럼 이거 저거 흉내 내고 그러다 흠모하는 피카소에게 욕도 하고 여러 쌈밥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지금 그를 빛나게 해 준 기법도 디에고 리베라와 같이 벽화 그리던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조수로 들어가 물감을 뿌리는 작업을 배웠다. 디에고도 그렇다. 그렇게 보면 처음부터 뭐든 나온 사람이 없다. 디에고는 욕을 엄청 했는데 막상 가서 그의 그림을 보다가 왜 프리다 칼로 언니가 저 퉁퉁한 아저씨한테 목을 메었나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초보가 글쓰기를 하며 여러 가지를 헤매는 것은 자신만의 글을 찾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글쓰기의 과정이다. 힘 겹고 때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이 과정이 있어야 나중에 나 만의 글이 정제되어 나온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땀 흘리며 열심히 적는 것.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그 산을 올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오늘도 써 내려가는 것.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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