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최고점을 찍는 순간, 뇌는 다시 공허를 만든다.
벌써 25년의 끝자락에 와 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이루었을까.
무엇을 위해 달려왔고, 그 끝에 무엇이 남았을까.
잃고 싶지 않았던 친구들, 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열정 하나로 버티던 그 시절의 나.
분명, 그때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그때는 ‘1억만 있으면 행복할 거야’, ‘조금 더 예뻐지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라며
끝없이 무언가를 바랐다.
원하는 물건을 사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며,
남은 카드빚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20대 초반의 나는
지금 돌아보면 너무 철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묘하게 즐거웠다.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많은 걸 가졌다. 원하면 떠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다.
그토록 바라던 모든 것을 이루었는데, 막상 그 자리에 서보니 되려 무기력했다.
친구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빅뱅 G-Dragon의 '소년이여'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최근에 내가 옛날 노래를 틀어서 우연찮게 나왔나.. 하고 오랜만에 신난다 하며 들었다.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경쾌한 리듬감, 지디만의 멋모를 바이브, 특이하지만 중독성 있는 마성의 멜로디까지. 난 그 당시 당연히 마냥 밝은 노래라 생각했고, 가사를 알았지만 딱히 와닿는 부분은 없었다.
그냥 흥겨울 뿐. 틈나면 흥얼대는 그런 가벼운 곡이었다.
가사 중에 /사람들은 말해 내가 부러워, 가진 게 너무 많아/
/연예인들은 다 편하게만 살아/
/딱 하루만 그 입장이 돼 봐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아/
/시간이 흘러가면서 외로움만 커져갔어/
~ (이하생략)
갑자기 해당 소절을 듣는데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단단하고도 뜨거운 감정이 물밀듯 올라와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의 지디는 인생의 전성기, 즉 리즈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의 k-pop을 있게 해 준 레전드 아티스트이자 모두가 그를 롤모델로 삼으며, 그 처럼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정작 당시의 그는 외로웠다고 한다.
나는 연예인도, 억만장자도 아니지만
'성취'라는 단어 속에서 만큼은 그 마음을 조금은 안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고, 그걸 이루었다 해도 행복은 잠시뿐
또 다른 행복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다시 무기력해질 나를 생각하면
지금 이 목표를 왜 세우는 거고, 왜 이걸 위해 달려가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결국 그 물음은 '우울'이라는 그림자로 돌아온다.
1백만 원이 있는 사람은 1천만 원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한다.
1천만 원이 있는 사람은 1억 원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한다.
1억 원이 있는 사람은 10억 원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만있으면, ~만되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자신의 행복을 늘 시험한다.
하지만 그다음 스텝은 끝이 없다.
이런 생각은 결국 우리를 끝없이 불행하게 만든다.
'더 자극적인 것, 더 큰 성취'를 찾아 헤매게 만든다.
내가 아는 한 사업가는
최고급 차, 시계, 집을 다 가져본 후 이렇게 말했다.
"이젠 갖고 싶은 게 없어, 다 해봤더니 좋은 것도 잠시고, 적응되면 의미가 없어지더라고"
오히려 다 가져보니 물욕이 사라졌다고 했다.
예전엔 배부른 소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게 되니 나 역시 이해가 됐다.
'이게 정말 무슨 의미가 있지?'
그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요즘 우리는 '노력 없는 보상'에 너무 익숙하다.
몇 초 안에 웃고, 울고, 자극을 느끼는 숏폼 영상들,
타자 몇 번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모두 편리하지만, 동시에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나름 '알', '팅' 등 충전해서 쓰는 아날로그 감성이 있지만
현재 기술에선 그저 이것저것 다 안 되는 불편한 '고물' 같은 옛 물건으로나 여겨진다.
삐삐 시절엔..? 그때도 사실 불편함 모르고 잘만 살았다_오히려 처음 나왔을 때는 모두가 혁신으로 여겼다.
쉽게 얻은 보상은 금세 무의미해지고, 조금만 자극이 줄어들면 모든 게 지루하게 느껴진다.
더 강한 자극을 찾아야만 만족하는 뇌. 이건 행복이 아니라 중독이다.
같은 1억이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과
도박으로 인해 운 좋게 몇 분 만에 벌어들인 돈의 '가치'는 다르다.
사람들은 노력 없는 보상을 원한다.
왜냐, 가장 빠르고 가장 쉬운 길이니까.
하지만 그 끝은 늘 공허하다.
결국 한번 높아진 '행복의 역치'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100평 살던 사람이 50평으로 내려오면 답답하다 느끼지만,
20평에서 40평으로 이사 간 사람은 넓다고 느낀다.
행복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지드래곤처럼, 너무 화려하고 인생의 절정을 찍었다 해도 무방할 만큼 높이 올라가 본 사람은
밑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만, 그곳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허공 속에서 더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 있다'
행복은 미래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걸.
더 나은 차, 더 좋은 집, 더 비싼 가방.
그 '더 좋은'이라는 말속엔 끝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부족할 것이고, 그래서 언제나 행복을 놓치게 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사소하게 둘러싼 감사함을 되새기자.
하루를 무사히 마친 나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끼자.
행복은 도착지가 아니다.
그건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