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의바느질 Sep 21. 2015

넌 왜 오늘따라 날 이렇게 힘들게하니!

내가 가지지 못한 여유


미운3살. 미친7살.

아이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엄마다.


난 오늘따라 내자신이 밉고, 살짝 미쳐있는것 같다.

내뜻대로 따라와주지 않는 큰딸과 끊임없이 사고만 쳐대는 둘째녀석.


저녁6시. 세차맡긴 차를 가지러 가야하는 시간이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아파트 벤치에 나와 놀던 아이들도 그 놀이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큰딸아이에게 먼저 좀 일찍 들어가자 말을했는데, 친구들이랑 끝까지 놀겠다며  되례 큰소리까지 치며 엄마에게 대드는 녀석.


감히 엄마가 말씀하시는데, 저렇게까지 되바라지게굴다니..

저걸 조용한데로 끌고가서 한대 줘 박어말어~~!!

나도 딸아이도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않는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 벌어졌다.


보다못한 동네 친구엄마가 날 제지시키며 중재에 나섰다.

"왜그래... 친구들이랑 한참 재밌게 놀고있어서 그런거잖아.

그냥 좀 놀게 둬. 왜 그렇게 막나가. 왜그래. 무슨일 있어? 아직도 속상해서 그래? 좀 만 더 놀게 놔둬. 차 가지러가는곳까지 내차로 데려다줄테니까.나랑같이가자. 너 올때까지 같이 놀으라고 다른엄마한테 좀 봐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아. 나랑 다녀오자"

동네친구엄마가 우리 모녀사이를 중재하고는 둘째 업고 세차장까지 걸어가려고 했던 날 태우고 함께 동행해주었다.


그래.... 난 여전히 내 기분에 요 몇일 속상한 마음하나 어쩌지 못하고 딸아이만 나무라고있었다.

차가지러가는 곳 까지 걸어서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걸어서 가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딸아이도 함께 가자 했었던 건데, 이렇게 부탁을 하면 서로좋았을것을..

난 고집불통 외골수 마냥 부탁을 하기도 어려워서 내 힘으로만 일을 마치려고 했었나보다.

그냥 좀 더 놀으라 하고 동네엄마한테 올때까지만 좀 봐달라고하면 좋았을것을...  그 마음이 없었던것도 아닌데, 난 소심하게도 그 말한마디를 내뱉지 못했다.


어리석은 엄마.

이기적인 엄마.

소심한 엄마.

아이에게 무섭기만 한 엄마...

난 오늘도 나쁜엄마이길 택했나보나.


친구엄마 덕에 차도 찾고, 딸아인 그렇게 10여분을 더 놀 수 있었다.

차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시켜놓고 올라와보니 날 기다리고있던 딸아이가 내게 다가와 수줍게 말을 건넨다.


"엄마 죄송했어요. 엄마가 같이가자했는데, 제가 안간다고 고집부려서 죄송해요"

분명 동네엄마들의 입김이 더한 반성의 사과 한마디 일터.

난 모르는척 받아줘야하는 분위기였다. 아니 그래야만 했었다. 더 나쁜 엄마로 낙인찍힐수는 없었으니말이다.


그렇게 못이기는척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와서도 우리 셋의 상황은 그닥 좋지만은 않았다.

미운3살 둘째 아들녀석의 끊임없는 저지레에 사고수습 하며 내 언성만 높아져갔고, 둘째는 오늘 저녁에만 발바닥을 수차례 맞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밥그릇 속 에 손 집어넣어 다 헤집어 놓고,

물을 엎지르고,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거실바닥에 크레파스로 낙서를하고,

거실을 치우는 동안엔 안방 화장대로가서 내 스킨한통을 자기 온 몸에 다 쏟아부었다. 아까운 내 스킨한통.

절망스러운 저녁시간이 흘러만갔다.


나에게 진정 평화는 오지 않으려는것일까?

신이계시다면 나에게 왜이리 잔인하게 구시는걸까?

다른집 둘째들도 혼나면서까지 끊임없는 저지레와 사고를 치며 살고있을까? 아니면 우리둘째만 그런것일까!

진정 화를 내지않고 그 모든것이 다스려 지는 엄마는 어떤 엄마인가?


끊임없는 질문을 나혼자 돼뇌이며 참을 "인"을 새겨봤다.

아니..오늘저녁엔 참을인 보다는 회초리를 들었다는것이 사실적일것이다.


난 지난10주가 부모교육을 들으며 훈련해왔었는데,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왜..다시 원점일까?

왜 모든것이 다시 시작인것일까?

이런 과정들을 어찌 이겨내야하는지 방법들과 이론들을 수차례 토론하고, 반성하며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난 다시 출발지점에 서있었다.


울고도 싶고, 짜증도 내고싶고, 화도 내고싶었다.

왜 나에게, 왜 다시 이런 시련을...

도대체 내가 어디서부터 틀렸을까...


이글을 쓰며 나 자신을 돌아다 본다.

사실 글을 쓰기전엔 속상한 마음 달랠길이없어

아이들을 재우고 회식으로 늦는 신랑을 기다리며, 술한잔으로 내 삐뚤어짐을 보여주려 했었는데,...

냉장고에 소주나 맥주가 없어 실천을 하지못했다.


이밤에 동네슈퍼까지가서 소주를 사오는 배짱 역시 없는 나다.

지난번에 신랑이 선물받은 고량주 한병이 있을뿐..  

그건 독해도 너무 독해보인다.. 쳐다만 볼뿐..

까짓거 마시면 마실수도 있었을텐데, 내 왼쪽 다리 하나를꼭 끌어앉고 잠들어 버린 둘째때문에 차마 자리를 못뜨고 있어서라고 핑계아닌 핑계를 대본다...  


어느새 잠이들어버린 두 녀석들 사이로 밝은 핸드폰 불빛하나. 난 그곳에 시선을 두고 이렇게 독백의 글을 끄적거리고만있다.


오늘하루가 참 힘들다.

고립되버린듯한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는 내가 밉다.

아이들은 그럴수 밖에 없는 나이인것을..

여유롭게 봐주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보인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날 끌어앉고 잠들어버린 두 아이들이 있어 난 오늘 하루를 살아낸다.






























작가의 이전글 소금에 씻겨지는 레몬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