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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언니 Feb 26. 2023

브런치 삭제 버튼이 좀 이상한 것 같아

실수로 방금 올린 글 삭제하고 울며 쓰는 글


출근길 버스 안에서 글을 업로드했다. 월요일이었고, 잠이 덜 깬 상태였다. 글을 올리고 나니 몇 가지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떠올라서 다시 브런치 앱을 켰다. 그리고 내가 누른 건 (수정 버튼 옆에 있는)삭제버튼이었다.


이직하고 나서 처음 쓴 글이었고, 이직하기 전에 썼던 글들보다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한 달 동안 읽고 고치기를 반복했던 글이었다.


팝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네]까지 누른 다음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삭제해 버렸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일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디자이너와 플로우 차트에 관해 떠들었던 나의 피땀눈물이 1초(도 안 걸렸겠지)만에 사라졌다.


혹시나 삭제된 데이터를 임시저장하거나 복원하는 기능이 있을까 싶어서 고객센터에도 문의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안타깝게도 이미 삭제하신 글은 복구가 불가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 손가락. 왜 그랬어.


눈물을 닦고 내가 왜 이토록 멍청하게 글을 삭제했는지 다시 살펴봤다.


설명을 위해 다른 글로 재현한 화면


다시 살펴본 브런치 화면에는 수정버튼이 삭제버튼 바로 오른쪽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색깔도 비슷해서 실수하기 딱 좋아 보였다. (인간은 원망할 대상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습성이 있ㄷ)


수정 버튼을 누른다는 게 바로 옆에 있는 삭제버튼을 누른 것이다. 브런치는 친절하게 팝업을 띄워 나에게 한 번 더 삭제하겠느냐고 물어봤지만, 하늘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를 누르면서도 나는 이게 삭제를 묻는 팝업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네'가 아니라 '삭제'라고 적혀 있었어도 이토록 부주의한 일을 저질렀을까. 문득 다른 프로덕트의 UI가 궁금해져 슬랙과 카카오를 살펴봤다.


슬랙의 '메시지 삭제'는 '메시지 편집'과는 사이가 아주 멀었으며, 카카오톡은 '삭제'를 메뉴의 최 하단에 배치했다. 공통적으로 둘 다 빨간색으로 위험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아, 수정 버튼과 삭제버튼을 좀 멀리 띄워주지, 아니면 색이라도 시뻘겋게 칠해서 내가 얼마나 멍청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사람은 원망할 대상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습성이 있ㄷ)


보는 김에 아이폰의 iMessage도 살펴봤다. 얘는 더했다. 메시지를 꾹 눌러서 '더 보기'를 누르면 삭제할 수 있는 버튼이 나타난다.


1. 팝업의 '네' 버튼을 '삭제'라고 명시했다면

2. 삭제 버튼이 수정버튼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3. 삭제 버튼이 시뻘건색이었다면

4. 삭제 버튼을 한 depth 더 안에 숨겨줬더라면


앞으로는 꼭 원고를 다른 곳에 꼬박꼬박 백업해두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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