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펨의 퍼퓸텔러가 향으로 전하는 이야기
우리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치킨을 먹는 것에 비해,향을 맡는 일에는 얼마나 시간을 들일까? 나에게 향수는 장바구니에 담았다가도, 항상 우선순위 저 어딘가로 밀려나게 되는 그 무언가였다. 갖고는 싶지만, 선뜻 내 돈 주고 사기는 어려운, 그런 카테고리의 물건이었다. 경제적 여건이 타이트해지면 1순위로 포기하게 되는 무언가라는 의미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샴푸나 바디워시를 고를 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향에 대한 선택지의 폭을 넓게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사치를 부려본다면 디퓨져나 방향제 정도를 사는 것이 고작이었고, 향수를 구매하는 일은 거진 연 중 1~2회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럴 적에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 는 책을 읽고 나서, 막연히 조향사를 꿈꿨던 적이 있다. 책의 내용 중에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서양배의 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향료는 서양배에서 추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에서 과일을 고르다가 무심코 집어 든 서양배의 향기에 반한다. 그리곤 돌아와서 그 향을 재현하기 위해 서양배에서 추출한 에센스가 아닌 다른 향료들을 조합해서 향수를 만든다. 그날의 바람과 햇살의 느낌을 떠올리며 그림을 맞춰 가는데, '서양배'의 향기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을 만나던 순간의 햇살과 바람 같은 분위기를 중심으로 묘사하는 식인 것이다.
내가 조향실에서 가지고 나오게 될 향의 모습은 코로 맡은 것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겨진 냄새의 이미지가 될 것이다.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
10대 후반, 늦은 하굣길에는 봄이 오면 꼭 라일락 꽃 향기가 났었다. 지금도 밤중에 길을 걷다가 바람에 실려오는 라일락 꽃 향기를 맡을 때면 아, 봄이 왔다가 가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향기와 유사한 향수를 만나보진 못했다. 메로나는 사실 참외 향이 나는 아이스크림이고, 수박바에는 딸기와 사과향이 첨가되었다는 이야기만 보아도, 내가 그 봄의 라일락 꽃 향기를 찾기 위해선 라일락이 아닌 다른 향에서 힌트를 얻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한밤중의 라일락 향'이다. 낮에 맡는 것과 밤에 맡는 향기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막연하고 짧게 꿈꿨다. 조향 공부를 하기 위한 키트의 가격을 알아보고 난 뒤에는 그 꿈을 말끔히 접었지만, 찐득하게 무더운 여름날을 식히던 소나기를 만나거나, 유난히 사람이 없던 도서관에 혼자 앉아있을 때 코 끝을 맴돌던 서가와 종이책의 냄새를 기억할 때면, 향에 깃드는 기억과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향으로 풀어내는 일이 조향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과 같이 향기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 또한 정말 매력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이다.
24가지 향과 24편의
단편소설로 전하는 퍼퓸텔링
그래서 이 기회가 참 감사하다. 유명 브랜드, 화려한 포장, 비싼 가격 등에 뒤덮여 있던 향의 본질을 탐구하는 브랜드, 파펨의 퍼퓸텔러로 활동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파펨에서 출시된 24종의 향을 주제로 24편의 단편 소설을 써 내려갈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더 가까이 향을 만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파펨 브랜드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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