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너 참 잘 버텼어.
어느덧 결혼 10년 차이다. 나의 인생은 결혼 전과 결혼 후로 180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했던 마음이 안정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거창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이 성장함을 느낀다.
그전에는 얼마나 불안했길래 이런 생각을 할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면 평범한 집은 아니었다.
그때 당시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한 것이 있다면, 부잣집을 바라지도 않고 다른 아무것도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고 마음 편히 집에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술에 취하면 주사가 있어서 엄마랑 싸우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업이 망한 후로는 매일 볼 수 있었다.
아빠와의 관계가 정점으로 좋지 않았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빠의 그런 모습들이 치가 떨리도록 싫었고, 미웠고, 자식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 아빠가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춘기 시절엔 그런 아빠가 너무 미워서 아빠랑 대화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말하니 지금도 아빠가 그러셔??
하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병으로 인해 술은 입에 대지 않으신다.
예전의 무서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힘없고 기죽은 할아버지가 되셨다.
아빠를 보면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불행하게 사셨는지…
그때 당시에는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를 이해하기에는 나도 어렸고, 내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든 시기였으니까…
지금은 결혼 후 친정집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
남들은 친정집이 멀면 애 키우면서 도움도 못 받고 힘들지 않냐 말하지만.....
나에게 친정은 늘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거리가 있는 게 나았다.
보고 싶다가도 막상 다녀오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가족 간의 거리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은 나도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아이를 바라보며 문득문득 생각한다.
“내가 받은 상처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 아이에겐 따뜻한 기억을 안겨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과거의 기억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며,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쓴다.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안다.
가끔은 힘들고 복잡한 마음이 밀려오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상처를 껴안고, 사랑을 배우고, 삶을 살아내는 법을. 그렇기에 오늘도 믿는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나도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