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옛이야기 속, 꺼내기 싫은 기억들
아빠 생신이라 친정에 다녀왔다.
지금 내가 사는 곳과 친정은 차로 네 시간 거리.
멀다는 이유로 자주 찾지 못하고,
명절이나 생신처럼 특별한 날에만 겨우 얼굴을 뵙는다.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친정은
겉으로는 여전했지만
그 안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시는 만큼
집도, 마음도 함께 낡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 공간에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오랜만에 보는 언니와 동생도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만 봐도 우리는 서로에게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예전보다 유해지셨다.
우리를 더 챙기시고,
예전보다는 조용히 웃기도 하신다.
하지만 여전히 말씀이 많고,
대화는 종종 감정의 골짜기를 지난다.
이제 우리도 모두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식으로서의 감정은 정리되지 않는다.
생신을 맞아 소고기 집에 갔다.
아빠는 술 한 잔, 언니와 동생도 한 잔.
오랜만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뭐가 그리 불편했는지
술이 전혀 당기지 않아 조용히 술잔을 내려놓는다.
식사 후엔 집에서 맥주 한 잔.
하지만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끝은 ‘옛날이야기’였다.
내가 잊고 싶은 이야기.
지금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던져지는 그 말들이
나는 참 불편하다.
그 순간,
“그만해, 나 불편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반복될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함께 있는 시간에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늘 불편한 감정 속으로 향할까.
그 와중에도 엄마는
아프신 몸으로 조용히 안주를 챙기시고,
아빠는 목소리를 높이며
또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언니는 과거의 상처를 꺼내며
자신이 피해자였노라 말하고,
동생은 눈치를 보며 말이 없다.
친정에 가면 늘 비슷한 풍경.
그 감정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하지만 나는 바란다.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조금은 가벼워졌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편안해졌기를.
힘들었던 우리 가족 구성원들.
지금은 각자의 삶에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얼마나 더 곁에 계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남은 시간만큼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편안한 웃음을 나눌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말하지 못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