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다는 말한마디에서 시작된 여정

평범한 엄마와 딸의 피아노 도전기

by 이츠미

1. “하고 싶어.” 그 말이 시작이었다.

딸아이가 어느 날 피아노 전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 알고, “하고 싶으면 해야지.”
별생각 없이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딸은 그날부터 진심이었다.
입에 달고 다니듯 “피아노! 피아노!”말하며
피아노에 더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도 문득 생각했다.
“정말 이 아이가 이 길에 마음이 있는 건가?”

1학년 때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콩쿠르에 나가 무대 경험도 쌓아온 딸아이.
하지만 '입시'라는 단어 앞에 서니
이 길이 생각보다 훨씬 더 험난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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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엄마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피아노 입시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도 몰랐다. 처음엔 동네 피아노 선생님, 전공한 엄마들에게 물어보며 이런저런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곧 깨달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누군가는 돈만 많이 들고 남는 게 없다고 했고,
누군가는 피아노 전공해 봤자 학원 선생이 전부라고 했으며, 어린아이가 입시로 고생하는 게 불쌍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결심했다.
참고는 하되, 선택은 내 기준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딸아이가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진심을 믿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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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의 푸시, 딸의 선택

지방에도 예고는 있었지만,
아이와 여러 차례 대화한 끝에
서울에 있는 학교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약간의 푸시도 있었다.
서울에 가면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넓은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필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서울 입시 도전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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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음악을 모르는 엄마, 미안하지만 함께 배운다

전공 선생님 찾기, 연습실 대여,
학교 공부와 병행한 연습 시간 확보,
스케줄 관리, 심지어 음악 용어조차 낯선 나였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만,
그 모든 걸 함께 배우며 여기까지 왔다.

나는 늘 미안했다.
음악을 모르는 엄마라
딸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생각.
하지만 그런 미안함을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 덜어내고 싶었다.

딸은 늘 즐겁게,
꾸준하게 피아노를 연습했다.
가끔은 짜증도 내고 실수도 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잘 버텨주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학년임을 생각하면 정말 대견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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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입시 한 달 전, 지금 이 순간

입시를 한 달 남겨두고
전공 선생님이 서울의 레슨 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주말이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레슨을 받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오며 가며 서울 구경도 했다.

서울의 거리와 분위기를 느끼며
합격 후의 생활을 아이와 함께 상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살게 될 수도 있겠지?”
설렘 반, 두려움 반.
하지만 그보다 희망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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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늘, 실기장 앞에서

지금 이 순간,
딸은 실기장 안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을 것이다.
긴장되지만, 잘 해낼 거라는 걸 안다.

우리처럼 평범한 집에서
오직 피아노 하나만 바라보며
이곳까지 온 딸.
꿈을 향해 도전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멋지고 자랑스럽다.

사랑스러운 딸,
평소처럼 노래하듯
너답게 피아노 치고 오자.




“하고 싶어.”
그 한마디가
한 가족을 움직이게 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보단
“함께 해보자.”라는 용기를 택했다.


그 여정의 끝이 어디든,
우린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