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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모 Feb 21. 2020

있어 보이는 글을 쓰는 법

이 시대의 진정한 시네필, 안해담


1. 일단 학문에서 파생된 용어를 많이 써라. 일반인들이 알 법한 심리학 용어면 더 좋다.

2. 굳이 영어나 한자(꼬부랑 글씨)로 적어라.

3. 이중 피동을 써라. 거기다가 번역체면 보너스 점수가 붙는다.

4. 명사에다가 수식어를 덕지덕지 발라 미사여구를 만들어라. 문장에 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면 다 쑤셔 박아라.

5. 수식어가 뭐를 수식하는지, 대명사가 뭐를 지칭하는지 알쏭달쏭하게 해라.

6. 굳이 문장부호를 많이 넣어라. 2014년 개정안 이전을 따르면 더 좋다.

7. 굳이 길게 적어라.

8. 굳이 유명 인사를 언급하라. 철학자면 좋다. (특히 카를 마르크스. 단, 무조건 '맑스'라고 적어야 한다)


예시:

이번 Academy Awards에서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관객들의 두뇌에게 봉준호의 이데올로기를 주입시켰다. 그것은 Exhibitionism이 있는, 다시 말하자면 봉준호의 Engagement이자, 맑스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기생충》의 Academy Awards 4관왕은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태껏 그들은 일방통행의 문화제국주의의 행보만을 이어오며 反영/미권 작품에는 상을 아꼈다(물론 마틴 스콜세지는 예외다). 할리우드에서부터 헤게모니를 쥐려고만 하던 모습을 보여주던 독불적인 그들의 행보에마찰력이 없어 등가속운동을 하고 있다. 질주하는 그들을 멈춘 봉준호의 기생충,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미국 사회도 의 미메시스에 깊은 통감을 했으리라. 또한 그것이 대중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서 대중들로 하여금 Epistēmē로 다가가게 만들지, 아니면 또 다른 카오스를 불러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흔들리는 物神性을 가진 대중들이 《기생충》이 수상함을 통하여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를 비추어본다는 점이,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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