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넘치던 일상

by 은혜

29살 그때의 나는 출판사에서 학교 교과서와 문제집 등을 편집하는 일을 했었다. 한문교육과를 졸업한 나는 ‘한문’이라는 과목의 희소성 때문에 임용고사에 합격해 한문교사가 되는 길 말고는 전공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 전공을 살려 한문 교과서와 교재 만드는 일을 했으니 매 순간순간이 감사했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해 공부했던 것들을 원고에 정리해서 싣고, 내가 발주한 그림들이 모여 책 위에 앉혀지고, 교수님들과 회의를 하고, 내 아이디어가 책에 반영이 되고, 당당히 편집자 칸에 내 이름 석자가 올라가고... 일을 하는 순간순간마다 희열을 느꼈다.


단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일인데, 이 메이저 출판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이리 4년째 일을 계속하고 있다니... 벅찼다.


게다가 직장 위치는 집에서 걸.어.서 15분이었고 보수도 좋았어서 돈도 알차게 모을 수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재미도 날마다 더해가고 있었다. 직업만족도는 가히 최상, 정말 이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게 행복이고 감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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