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내 모습과의 조우(2)

by 은혜

윽, 아까워.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합격인데... 아, 미쳤다 미쳤어. 아쉬워하고 자책하다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실수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티오도 늘어나겠지 라는 기대감으로 1년 더 공부했. 갈아 넣었다. 그러나 그다음 해, 다다음 해에도 한문 티오는 살아나질 못했고, 나도 계속 탈락의 고배를 마게 되었다.


계속되는 바늘구멍 티오였지만 외길만 팠던 나인지라, 다른 취업은 생각도 못하고 계속 임용고사만 도전했었다. 사법고시든 임용고사든 공무원시험이든 몇 수씩 하면서도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심정을 나는 지금도 십분 이해한다.


그렇게 몇 수를 하다 이젠 른 열린 문을 찾자 싶어서 채용사이트를 보며 호기롭게 취업에 도전했었다. 그때 처음 열어보던 채용사이트를 우울증에서 겨우 기어 나와 다시 보고 있노라니...


그 채용사이트가 몇 년 전 패기 가득했던 내 모습을,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내 모습을 기억나게 해 준 것이다. 시운이 불리했어도 끝까지 열심히 했던 내 모습,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다른 길을 찾자며 당차게 일어났던 내 모습이 보였다. 맞다, 이게 내 모습이었지. 우울증은 병이고 이 모습은 진짜의 내가 아니고, 원래 나란 사람은 이렇게 에너지 많던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한 대 얻어맞은 거 마냥 세게도 다가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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