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초조해하지 마라
큰 아들이 올해 2월에 군 제대를 하고 복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학까지 약 6개월이 남아 뭔가 의미 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바람과 달리 큰 아들의 일과는 한심하고 답답합니다. 아무리 이해를 해 보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오후가 되면 헬스장을 갑니다. 다시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습니다. 9시쯤 집을 나갑니다. 그리고는 새벽 4시쯤 들어옵니다. 그리고 잡니다. 오후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헤스장을 갑니다.
밤에 뭐 하냐고 물었더니 P.C방이나 친구를 만나서 논다고 합니다.
아빠 : 복학도 얼마 안 남았는데 복학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들 : 나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크게 뭐 할 건 없어요
아빠 ; 그래? 그래도 2년 만에 가는 건데 교수님도 찾아뵙고 하면 좋겠는데
아들 : 조금만 더 놀게요. 아직은 놀고 싶어요
아빠 : 그래.... 그래도 아빠가 좀 걱정은 되네
아들 : 조금만 더 놀고 복학 준비 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이 쉽지 걱정이 안 될 수 있나요? 그래도 성인이라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예전에 봤던 드라마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던 20대 초반 손녀에게 할머니가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이쁘게 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마’
코스모스가 봄에 초라하다고 다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코스모스는 가을이 되어야 그 자태를 뽐냅니다.
코스모스의 진가는 봄이 아닌 가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아들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아직 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초조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들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 코스모스 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답답하고 초조한 건 제가 아니라 아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빨리 피지 않는다고 코스모스를 뽑아내는 그런 어리석은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도 코스모스 아들은 가을에 피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새벽 늦게 다시 집으로 오겠지요.
결국 초조해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그것을 지켜 봐야 할 부모인 것입니다. 자녀의 찬란한 가을을 기다리며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할 부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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