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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조커 Jun 23. 2021

3군데의 대기업에 근무하며 느낀 것들

공무원 VS 대기업

시대는 변했다.


10년 전 신입사원 때 강요당했던 조직의 문화들은 더 이상 옛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휴가 사유를 집요하게 묻는 것, 회식 참석을 강요하는 것, 야근 및 주말 출근 분위기 조성 등 요즘 그런 행위를 하게 되면 블라인드 앱에서 폭격을 맞거나, 사내 인사팀 or 노조에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 되었지만 10년 전과는 분명 많이 달라졌다.  대기업에 근무하며 공무원 생활을 동경했다. 금융권의 특성상 실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숫자가 없는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었다.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점점 지쳐갔다. 시대가 변하기 전의 상황이었다. 가족이나 지인 중 공무원인 사람들에게 답이 없는 질문을 건네곤 했다.  

운이 좋게도 지방 사립대학교 교직원으로 이직을 했고 6개월간의 시보기간 동안 정상급여의 80%를 받으며 전 직장 급여의 1/3 수준을 받게 되었다. 그전까지 꿈만 꾸었던 워라벨과 숫자가 없는 세상을 경험하며 평생직장을 찾은 것 같았다. 다행히 시보기간을 무사히(?) 넘겨 정식 임용이 되었고 본격적인 업무를 맡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업무에 적응이 되어 갈 때쯤 또 다른 결핍이 생기게 되었고 그 무게는 점점 커져갔다. 30대 초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교직원 생활을 시작했던 터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직위 및 급수를 보면서 초조함을 느꼈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했던 건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나서 강연, 칼럼 등 대외활동에 크나큰 제약을 받았다. 사립대학교의 교직원이었지만 거의 모든 규정은 공무원법에 준용함으로 공식적으로는 겸업이 금지되었다.

30대에 운이 좋게 합격한 교직원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친한 지인들은 놀람과 동시에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오랜 고심 끝에 다시 대기업을 선택했으며 어느덧 이직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교직원을 그만둔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캠퍼스 특유의 낭만과 함께 일했던 좋은 사람들은 가끔씩 생각이 난다. 만약 친한 지인이 교직원과 대기업을 선택하는 기로에 선다면 5:5라고 해줄 것 같다. 급여 자체만을 보면 대기업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직원의 막강한 워라벨을 사기업은 절대 따라잡을 수가 없다. 방학기간 단축 근무만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다. 연차 사용 또한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물론 시대는 변해가고 있으며 대학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는 리스크는 있지만 그건 대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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