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공장 생활이지만 첫 출근은 언제나 긴장된다.
2달여 동안 쉬다가 드디어 공장에 첫 출근했다.
매번 취직하는 게 공장인데 사람들은 공장에 다닌다고 하면 참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더라 젊을 때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살아서인지 나도 솔직하게 공장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쓰고 오퍼레이터나 제품검사원이나 QC라고 소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다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저렇게 이야기하니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며 코치코치 묻기 시작했고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도 귀찮아지면서 그냥 공장 다녀요라고 이야기 하게 되었다.
공장에 다니는 수많은 생산직 종사자들은 대부분 전문직이다. 정작 본인이 모를 뿐이지만..
공장일을 얼마 안 하고 퇴사하는 사람들은 반복적이며 성장가능성이 없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공장도 경력이 생기기 전에는 최대한의 리스크를 줄이고자 단순한 일만 시킨다.
처음 다양한 소재에 다양한 공장을 다닐 때 나도 그런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점점 여러 장르 중 나에게 맞는 직종을 찾으면서 새로이 출근을 하게 되더라도 점 점 대우가 달라지고 수습기간이 줄어들면서 가르쳐주는 선임(?)조차 나와 다른 신입들에게 교육하는 시간의 차이나 설명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일을 하다가 잔업이 생기거나 특근할 일이 생기면 나에게 제일 먼저 물어온다. 일 해 줄 수 있는지..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토요일에 특근을 해달라고 한다.
오늘 첫 출근 한 사람이 무엇을 알겠는가… CNC나 프레스 쪽으로는 오래 일을 했지만 마침 이번에 옮겨간 곳은 전, 전 직장과 같은 업계이며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심지어 검사난이도는 더 적었다.
예전에는 1mm의 점 하나도 잡아내며 37초에 6개짜리 2대의 제품을 봤다면 지금은 엄지손톱보다 큰 것이 아니라면 양품으로 빼도 되고 심지어 2분에 2개짜리 기계 한대와 2분에 6개짜리 기계한대를 보라고 한다.
심지어 전에는 제품 검사와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까지 케어하면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기계만 봐주는 사람이 따로 있고 검사만 하면 된다고 한다.
전 직장처럼 쉬는 시간은 없고 점심도 30분 저녁도 30분으로 전에 회사와 기본적인 휴게시간은 같지만 언니들은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 다녀와라 담배하나 피우고 와라 물 한잔 마시고 와라 하면 나를 내 보냈고 언니들도 다녀왔다. 전에 직장은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화장실 가는 것도 엄청 눈치를 보고 1분 컷(?) 하고 올 정도였는데 여기는 딴 세상이었다.
심지어 첫 출근을 하고 오후 4시가 지나갈 무렵 담당자가 일은 할만한지 물어보러 왔길래 오늘은 몇 시까지 할까요? 언니들이 물어봐서요라고 이야기하니 첫날이고 힘드니까 잔업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 심지어 내일도 잔업은 쉬라고 한다.
전 전 직장은 잔업이 선택이 아닌 의무였고 첫 출근에도 쉬는 시간 없이 11시간을 일하고 퇴근한 게 떠오르며 순간 울컥했다.
퇴근을 하면서도 내일 출근이 기대가 되었다.
다행히 전 직장처럼 온몸이 부어오르는 현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똑같이 2달 정도 쉬고 복귀하였는데 이번에는 자주 걸어서 그런지 몸이 붓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붓기를 빼주는 돼지감자차를 꼭 미리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동성에 대한 두려움이 이번 이직으로 조금 사라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험하게 굴러서 그럴까? 지금은 힘든 게 잘 안 느껴진다.
독특한 2교대 주간은 생산검사라인으로 3명이 일을 한다. 야간은 2명 야간은 주 5일 근무 주간은 3일을 할 때도 4일을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쉬는 날이 보장된다는 말에 이 쪽으로 왔는데 교대가 참 독특했다. 3조 2교대라면 4일 근무 2일 휴무의 방식인데 3조 2교대인데도 일주일이 7일로 5일 일하고 2일 쉬는 구조이다. 주간은 쉬는 날이 하루, 이틀이 더 늘어나고 이제 첫 출근이라 아직 다 이해하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적응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