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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Sep 29. 2023

35살, 아빠 여자친구를 소개받았다

카페 이름 "무인 카페" 합천 무인카페 맛집 찾다

경남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 101-2

언제는 부모의 가장 큰 무기가 되기도 하고 언제는 자식의 가장 큰 무기가 되기도 하는 "천륜" 끊는다고 해서 끊어질 수 없고 끊었다 한 들 나라에서는 "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말도 안 되는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천륜을 저버리다.. 합의하에 이혼을 해서 가정을 버릴 수는 있지만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이 천륜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데도 친족상도례라는 희한한 법으로 "양보"와 "희생"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가족이기에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해주어야 하고 포옹해줘야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간통죄폐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백년가약을 했다면 평생을 한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맞는데, 결혼을 한 배우자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건드리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다 허락을 해주고 있다.


사생활침해니 불법이니 여러 이야기로 외도의 증거를 잡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리고 이미 죄책감이 없어진 상대는 더 이상 두려울 것 없이 습관성외도를 한다.

오죽했으면 "술, 도박, 바람피우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마라"라고 어른들이 이야기할까.. 절대 고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 아빠는 두 가지를 습관적으로 하셨고 한 가지는 그나마 조절이 가능했지만 가족들을 등한시하고 부모의 도리 조차 하지 않으셨었다.


내가 나이가 드니까 알겠더라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놀러 가고 싶은 것도 많더라 언제나 난 아빠와 똑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하더라도 협의가 된 딩크족으로 살겠다"


내 인생이 아깝고 더 투자하고 싶다면 최소한 원망 들을 일은 만들지 말자.

이제 와서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한 인생을 살겠지만 자의적으로 희생할 자신은 없기에 마음을 접은 것뿐이다. 그저 남들이 다 결혼하니까 결혼 안 하면 내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서.. 왜 인생을 나의 자녀의 인생을 타인의 생각과 시선 때문에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나의 인생도 나의 자녀의 인생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남들은 관심도 없다.

부디 후회하고 원망하고 원망받으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


35살에 아빠의 여자친구를 소개받았다.

키는 아담하고 날씬을 넘어 너무 말라 보였다. 화장끼 없고 꾸밈없는 모습 집에 들어서니 설거지를 하고 계시더라 습관적으로 마주치자마자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했다.


3년 전인가..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존재감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없었다.

그저 한가위에는 명절에는 아버지라 마주치지 않게 해서 본 적이 없을 뿐 중간중간 집에 와도 연락을 드리고 왔기에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고 놀라지 않는 내 모습에 더 놀란 듯 당황스러워하더라 차에서 떡세트를 꺼내서 아버지께 가져다 드렸다. 드시는 방법을 설명하고 떡을 다시 가지고 주방에 갔다.

"이거 자연해동 30분에서 1시간 정도나 전자레인지 30초에서 1분 정도 돌리고 드시면 돼요 같이 드셔요" 이 말을 하고 전해드리니 감사하다며 받으시더라


어차피 같이 드실 텐데 나름 가시 없이 말을 전달하고자 건네었다.

산소를 가기 위해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새 마당에 나가셔서 주섬 주섬 뭘 챙기시던데 산에서 주워온 밤이라며 주섬 주섬 한가득 봉지에 담으시더라 아빠는 안 먹는다며 됐다 하시고 오고 가는 정이랄까... 두어 번 실랑이하시길래 챙겨주시면 먹죠~ 저도 이제 나이 들어서 입맛이 좀 늙었어요라고 이야기 했다.


어색하게 뻘쭘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건넨 말이다.


내 키는 160이 좀 넘고 덩치가 좀 된다 어릴 때부터 유도를 했기에 어깨나 뼈대 체격도 나름 여자치고는 큰 편이다 옷은 언제나 올블랙 머리는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눈썹은 짙고 쌍꺼풀이 없는 눈매 눈꼬리는 약간 아래로 향하지만 눈썹이 짙고 산처럼 꺾여 부드럽지도 날카롭지 않은 이미지이지만 웃으면 가식적으로 보이고 인상 쓰면 날카롭게 보이는 이미지다.

입술은 적당하며 습관적으로 웃을 때 한쪽만 약간 올리다 보니 비웃는 것 같은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한다.


성격은 정말 지랄 맞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성격이고 가스라이팅의 절정을 내달릴 만큼 잘 따지고 유리하게 몰아가는 타입이다.

아빠도 그런 내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아빠가 이기주의자라면 나는 개인주의자에 가깝다.


내 기분에 내키지 않다면 남의 기분 따위는 신경도 안 쓸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내 성격도 나이가 드니 조금씩 변하더라 어차피 하게 될 거고 어차피 변하지 않을 거면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고 관대해지더라


내 인생이 있든 이혼했더라도 부모님의 인생도 있더라


궁금하다고 하면 중간에서 서로의 소식은 전달해 주지만, 참견하지는 않고 참견하지도 마라고 한다.

어차피 이미 떠난 사람이고 이미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했으니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기엔 너무 늦었다.


산소에도 함께 가고 매너꽝이라고 아빠한테 잔소리도 하며 넘어갔는데 차마 한 차에 타기는 그래서 나는 내차로 아빠와 아빠여자친구는 아빠차로 이동했다.

10분도 안 걸리는 곳이지만, 난 착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나에게 피해가 없다면 관대할 뿐


산소도 함께 가고 절도 함께했다.

2년 뒤에 결혼한다고 했다

아빠 친구들 다 돌아가시기 전에 식은 올리겠다고 하나의 선전포고다


깨가 쏟아지고 온 세상이 핑크빛이더라도 내 결혼식에는 내 엄마, 내 아빠만 부르겠다는 선전포고 이번에도 그 문제로 다툰다면 이젠 다시는 결혼 안 하겠다는 이미 과거에 이런저런 사건 중 예식장 혼주 자리로 이미 싸운 적이 있고 그때는 파혼으로 정리를 했으니.. 자녀인 내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이혼사유는 부모님의 사정이지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나를 낳아주시고 나를 키워주셨기에 혼주는 자식이 선택할 일이지 부모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한다.

산소만 다녀오고 바로 헤어졌다.

이젠, 사람만 좋다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부모 재산에 욕심 없고 이왕 재산상속이 생긴다면 오빠에게 전부 주셨으면 한다.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아버지 그늘아래 가장 희생하고 아픔을 겪은 것은 오빠니까.


헤어지기 전에 이야기했다.

우리 집에는 양가부모님 가족들도 크게 아프셔서 돌아가신 분은 없다 들었다. 작은 이모는 사촌언니가 문제가 많아 스트레스로 쓰러지신 후 병원에서 대처를 잘하지 못해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오랜 치매를 겪으셨지만 참하고 곱고 아름답게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진통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셔서 맹장이 터질 때까지도 알아채지 못해 수술을 하면서 많이 쇠약해져서 회복을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도 아파 죽을 거 같진 않았다.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 가족들과 상의는 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혼자 살다 죽으면 보험이야 아파 죽던 사고 나서 죽던 나오겠지만 장례는 어쩌겠는가.. 장기기증하면 장례보조 정도의 혜택은 있다 해서 했으니 알고 계셨으면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고 책임져달라 하고 싶지 않다.

사고사니 묻지 마 칼부림이니 요즘 워낙 시끄러워서 나도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요새 그런 거 누가 하냐고 했지만 반대는 안 하시더라


"결혼도 내가 내키는 대로 죽는 것도 내가 내키는 대로 다 알아서 하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제 적당한 선을 지키며 해줄 건 해주되 그 이상 바라지 마라는 선포였다"


습관성 바람을 피우며 부모 그늘 없이 자란 나에게는 이 정도의 배려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이 와중에 커피는 너무 맛있다.

사람들 만나기 싫고 조용히 커피 한잔 하면서 연락두절로 산소도 안 가겠다 한 친오빠를 기다리는데 커피가 너무 맛있다


과거에는 없었는데 올해 여름휴가로 방문한 적이 있는데 세차장이 지어져 있길래 유심히 보니 무인카페도 있다 대구에서도 한 시간 거리라 다음에 드라이브 겸 와서 세차하고 커피 한잔하고 레포츠공원 산책해도 좋을 듯했다.

 

명절이라 그런지 드문 드문 사람들이 오긴 하던데 대부분 커피를 사서 바로 나가서 조용히 앉아서 밖을 바라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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