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영혁이의 감성 글밭
어렸을 적.
어머니의 흰머리카락을 개당 십원씩 계산하여 가끔 뽑아 드리곤 했었다. 나는 그저 용돈 좀 벌 생각에 그 일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십원으로도 군것질을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오십 원이면 쭈쭈바를 사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내겐 꽤 괜찮은 알바이기도했다. 어떤 날은 200원 가까이도 용돈을 받을 수 있었고 그저 군것질 정도 할 욕심을 채우는 데에만 만족을 했던 시절. 그때는 어려서 그랬을 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의 내가 이젠 그때 당시 어머니 나이만큼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닌지...
내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고3 여름 때까지가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이다. 당시 고3이었던 내게 모든 가족들이 어머니의 병환을 숨기고 있었던 탓에 나는 믿기지 않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 덕에 고통스러워 하시는 투병 중의 모습은 내게 기억되는 바가 없다. 단지, 미루어 짐작할 뿐. 이뻐하셨던 막내아들을 어머니는 어찌 보고 싶어 하지 않았으랴마는 아들의 장래가 더 걱정이셨던 건지 어머니는 그걸 참아내셨다. 공부를 참 잘하는 우등생도 아니었었는데 말이다. 참... 죄스러움을 더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그 해 전기 대학에 난 당당히 합격했고, 누구나 그렇듯 무디어지는 기억 속으로 어머니 역시 내 삶에 둥글게 남아 사진처럼 정지해버린 과거로만 생각될 뿐이었다. 살면서... 어머니의 품이란 걸 특별히 그리워하거나 애정결핍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걸 보면 그래도 유년시절을 지내는 동안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아놓은 덕택일지도 모를 일이다. 문득,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려 애써보았다. 이제는 흐릿해지는 기억이 내 마음을 조금 난처하게 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오랜만에 무척 그리운 생각이 든다. 힘들고 아파하셨을, 또한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내셨던 이야기들이 슬프다라기 보단,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그 마음이 따듯하게 전해온다. 바래진 사진처럼 흐릿해진 기억 속을 뚫고 어머니의 생전의 모습보다 지금 이렇게 어머니의 흰 머리카락이 더 뚜렷이 기억나는 건 철없던 어린 날 미처 알아드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수고로운 인생의 징표들을 이제서야 깨닫는 못난 나를 발견한 탓은 아닌지... 쓴웃음이 난다... 어머니는 조그만 아들의 다리를 베고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뽑아내던 그 아들의 손길이 마냥 좋으셨을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 조금은 아픈 가을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