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a Dec 22. 2023

반짝반짝 빛나는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17살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 2명이 있다. 고등학교 와서 알게 된 이 친구 2명과 3년 내내 거의 붙어 다녔다. 친구 2명 중 한 명인 A가 11월에 생일이었어서 오랜만에 연락을 하다가 연말이 됐으니 이번에도 만나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어제 시간 내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다. 11월에 생일인 친구 A가 자취를 최근에 시작했다고 해서 A의 자취방으로 놀러 갔다. A의 자취방은 아담하지만 친근하고 귀여워 보이는 A랑 꼭 닮아있었다. 나는 각자의 방의 모습이 그 사람의 자취를 나타내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인의 방에 가는 것을 매우 흥미로워한다. 정말 소박하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피자가 도착해서 친구들과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나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근황 얘기, 맛있는 피자와 스파게티, 눈대중으로 대충 만들었지만 달달한 피치트리칵테일, 정말 더없이 행복하다. 연애 얘기, 크리스마스에는 뭘 할 거냐, 요즘 일 얘기, 고등학생 때 얘기 등등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3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만나서 별 거 없지만 오랜만에 정말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요즘 따라 항상 하는 얘기가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니! 소름이당 ㅎㅎ.." 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십년지기는 뭐 엄청 나이 많은 그런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인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 먼 나라 얘기일 것만 같았는데 우리가 벌써 29살을 바라보고, 곧 30대가 될 나이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나이 되니 다들 직장인이라서 같은 지역, 심지어 차로 가면 진짜 얼마 안 걸리는 그런 거리에 사는데도 좀처럼 시간 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내서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보기에는 친구들도 나도, 고등학생 때랑 지금이랑 다를 게 없는 것 같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친구들도 다들 고등학교 때랑 지금이랑 우린 정말 똑같다 만날 때마다 그런 말들을 서로 해주곤 한다.


옛날 그대로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 착하고 귀엽고 키도 아담하고 비슷한 내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 얼어붙을 듯 오늘도 엄청나게 추운 날씨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포근하고 따뜻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쌓은 소소한 추억들이 너무도 다.


18살 어느 날, 6시에 친구랑 하늘공원에 올라가서 풍차를 구경했던 날이 있었다. 하늘공원 한 번도 안 가봐서 친구 B에게 말했더니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둘이서 올라다. 올라가는 길이 계속 오르막인 데다가 엄청난 저질체력이었던 나는 올라가면서 정말 지쳤지만, 오른 후 풍차 뒤로 펼쳐지는 해 질 녘 붉은 노을이 매우 아름다웠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3년 전에는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다시 셋이서 가봤는데, 경비아저씨가 졸업생이라고 하니 흔쾌히 잠겨있는 학교 문들을 따주셔서 다시 돌아보고 나왔다. 10년 전과 비하면 변한 곳도 많았지만 안 변한 곳들을 발견하면 여긴 그대로네 하면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고 나왔다. 그때 학교안과 교실 안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나왔다. 너무 재밌는 경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하루 중 하나였지만, 평생 기억할 만한 소소한 추억 하나쯤이 어쩌다 이렇게 친구들과 생기는 법이다. 그런 순간들이 매우 소중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비록 이 나이 먹도록 친한 친구는 많이 없지만 이렇게 추억 얘기를 나눌 수 있고 깊이 떠올릴 수 있는 그 시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나에게 와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생각해 보니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참 우울했던 날이 많았었다. 생각하는 것도 참 어렸었다. 그때는 삐딱한 감정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라는 공부는 하기 싫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의 존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힘들 때 기분전환하라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같이 가주려고 하고 힘들 때 털어놓으면 옆에서  묵묵히 들어주었던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어서 학창 시절에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몇 안 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리웠던 그런 작은 추억과 우울함을 경험하고 극복했던 나의 성장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


어제 친구들이 나에게 귀도리를 만들어 주었다. 열심히 아기처럼 작은 손으로 뜨고 있는 친구들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완성품을 머리에 묶어보니 나에게 꽤 잘 어울렸다. 친구들이 귀엽다고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다. 나는 친구가 손수 만들어준 선물에 너무 감동해서, 이번 겨울에 잘 쓰고 다니리라고 다짐했다. 추운 날씨에 사용하기 좋은 정말 따뜻하고 예쁜 귀도리였다. 정말 내 친구들 같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착하고 귀여운 내 친구들 덕분에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나의 행복의 주축 중 하나인 친한 친구들을 나도 앞으로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나누고 소중한 기억의 습작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고 또 나는 앞으로도 계속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루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