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걷고 싶어서 술김에 취한 채로 비스듬히 걸으며 나는 무작정 그 사람에게 걷자고 했다. 손이 곱을 정도로 추운 겨울밤이라 손이 너무 차가워져서 그 사람은 나에게 편의점에서 핫팩을 사주고 같이 손을 잡고 걸어주었다. 그 길은 방학 때 대학가이고, 새벽녘이라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산책 삼아 계속 걷다가 가로등 불만 켜진 오르막길을 오르고 어떤 대학가 옆 초등학교 놀이터로 향했다.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그 사람은 나를 품에 안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참 많다고 해서 나도 평소에 잘 보지 않던 하늘을 보았다. 그날따라 공기가 맑았는지, 평소에 보이지 않던 별들이 셀 수 없이 수놓아져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곧 감탄을 금치 못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도시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었다. 그 사람은 손가락으로 밤하늘을 가리키곤 소리쳤다. "봐 봐, 저기 북두칠성이야!"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잘 못 보고 있으니 그 사람은 내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주며 별 7개를 이어주었다. 반짝이는 저 별들을 이으니 정말로 북두칠성으로 보였다.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감탄하며 밤하늘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동자도 밤하늘의 별만큼 반짝반짝 빛이 났다.
가끔 별이 많이 보이는 곳이라도 가게 되면 별자리를 수놓을 때마다 아직도 그때의 밤하늘을 생각하곤 한다. 그 사람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볼 때마다 저 별들을 이으면 무슨 별자리가 될까 하곤 손가락으로 이어보곤 한다. 그 후 지금까지 수 없이 별을 이어보았지만 아무리 많은 별을 보아도 북두칠성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없었다.
저 별을 이어 보지 않으면 북두칠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과의 인연도 그런 게 아닐까. 이어 보지 않으면 어떤 별자리가 되는지, 북두칠성인지 모르는 것처럼 어떤 특별한 관계가 될지 모르는 법이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하고 소심한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면서 우리의 선을 이어준, 그리고 우리만의 반짝이는 별자리를 만들어 준 그 사람에게 고마운 밤이다. 그 사람과 이제 다시는 북두칠성을 보게 될 날은 없겠지만 앞으로 또 빛나는 북두칠성을 보게 될 그런 날이 곧 오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우리는 선을 이으며 반짝이고도 아름다운 인연과 기적들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