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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삼이칠 Jan 20. 2024

아픈 동안 외로웠다.

사진: UnsplashLena Polishko

그동안 아파서 글쓰기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마음이 그랬다는 것이다.

육체가 정신의 하위권인 줄 알지만, 육신이 아프면 정신이 온전히 활동할 수 없음을 알았다.

요즘은 그렇지만, 독감이 대 유행일 때 날이 요즘처럼 따스한 어느 날 송년회를 한 답시고 친한 언니와 일산 애슐리퀸즈에서 맛점을 하기로 한다. 카멜색 롱코트를 입고 뽈뽈거리고 갔다 온 저녁부터 침대에 누워있는데 기침이 나온다. 평소 기침을 잘하지 않는데 분위기가 싸하다. 이틀부터 몸살감기가 시작되었다. 집에 코로나시국에 쟁여놓았던 감기약을 야무지게 소진할 기회다 싶어 열심히 챙겨 먹었다.

추가로 내과에 1/1일 월요일부터 진료받으러 간다. 와우~벌써부터 환자들이 자리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30분 지나니 대기환자가 1시간 30분 이상이라고 간호사들이 이야기한다. 여기저기에 기침하고 병색이 완연한 분들이 많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진료를 해주니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간호사들이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요즘은 촉진이 없고 단순히 증상으로만 이야기하니 몸살감기, 콧물 나온다 하니 또 5일분 준다. 점점 5일이 지나갈 때쯤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4주가 되어가는데 생리 전증후군에 두통까지 합세해서 또 내과에 가니 독감검사와 엑스레이를 권유한다. 열이 없기에 독감이 아니라 감기로 추정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아야겠다 싶어 알아보니 독감도 아니다.

아무래도 증상 중에 하나인 콧물이 의심스러워 이비인후과에 가본다. 선생님은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고 증상을 얘기하니 "전형적인 비염증상이네요~ 독감은 무슨 독감  병원에서도 보면 다 알 텐데~"

시름시름 앓고 있던 차에 명쾌한 답변에 철학관 신점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즘을 느낀다.

비염이라니~ 내가 비염이었구나! 지난번 식사 후에 꼭 콧물이 나온다고 하니 발관리사가  "그것도 비염이에요!" 그래서 그때는 무슨 비염하고 터부시 했던 게 파노라마처럼 쓱 스치고 간다.

약은 3일분 받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니 다행이라고 막 웃으며 이제 삶의 질이 상승할 거라고 빨리 나으라 한다. 그동안 약에 의지했던 1달 넘는 동안 나약해진 자신을 보게 된다. 약은 그리 명쾌하게 나아지는 거 같지 않게 나았다. 수도꼭지가 꼭 잠기지 않은 상태라 추가로 더 약을 먹고 싶을 정도

지금은 비염 진단 이후 10일 정도 지났는데 지금은 샤워도 하고 산책도 양수리 쪽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주 친구가 건강상태 체크 후 많이 나아졌다 하니 가산 아웃백에서 점심하자고 한다. 살짝 걱정이 되지만, 꽁꽁 싸매고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오래간만에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것도 행복이다.

회복된 친구를 위해 점심을 좋아하는 걸로 사주겠다는 그녀따스한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엄마가 생전에도

친구 중에 진국은 그 친구 하나라고 하셨다. 증학교 때부터 친구인 붕우에게 보답할 것이다.

엄마 같은 친구 엄마가 안 계신 지금 그 친구가 귀인이 아닐까 싶다. 점심 먹으면서 친구도 힘든 점이 있다는 걸 들으면서 가슴 한 켠이 짠하고 뜨거워졌다. 그런 마음의 그릇이 큰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원인이 불분명한 증상을 안고 있는 게 마음이 약해지고 무너지고 있음을 스스로 보고 있는 게 힘들다.

병명이 정확해지고 처음에 그동안 의사들에 농락당한 것 같아 분노가 느껴졌는데 그 순간  건강의 책임도 결국 나구나 생각한다. 외로운 터널을 지나면서 앞에 환한 입구가 보일 때  뒤에서 같이 걸어준 친구가 옆으로 와서 손을 잡고 터널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고맙다. 이번 주 독감백신을 맞았다. 본인 건강 온전히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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