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관세는 막혔지만, 관세는 '갈아탄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

by 이천우

IEEPA 관세는 막혔지만, 관세는 '갈아탄다’


관세 부과는 글로벌 교역량 감소로 이어진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많이 헷갈립니다. 그 이유는 “미 대법원이 관세를 뒤집었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미국이 또 관세를 매긴다”는 소식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은 모순이 아닙니다. 미 대법원이 막은 건 ‘관세 자체’가 아니라 ‘IEEPA로 관세를 매기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지요. 즉, 관세가 사라진 게 아니라 관세를 설계하는 ‘법적 통로’가 바뀌는 중입니다.


먼저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는 원래 관세법이 아니라 제재법입니다. 해외에서 기원한 “비정상적·특별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제·금융 거래를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며(발동 요건: 50 U.S.C. §1701), 그 핵심 권한은 관세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대상의 자산 동결·거래 금지, 송금·결제 등 금융 흐름을 차단하는 제재(sanctions)입니다(권한 범위: 50 U.S.C. §1702). 다시 말해 IEEPA는 “가격을 올려 압박하는 관세”가 아니라 “거래를 막아 압박하는 제재”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 IEEPA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기업들은 가장 먼저 현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세는 나중에 정산되는 비용이 아니라, 통관 단계에서 즉시 납부해야 하는 돈입니다. 그래서 관세가 올라가면 기업은 ① 수입 즉시 관세를 내고, ② 그 비용이 곧바로 원가로 들어가며, ③ 결국 가격 인상·마진 축소·투자·고용 축소 같은 경영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수입 의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이 커지자 채용·마케팅·투자 계획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문제의식은 “비싸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반복적으로 누적되면서 질문이 이렇게 바뀌었던 것입니다.


“IEEPA는 제재법인데, 정말 그 법으로 ‘관세’까지 매길 수 있나?”

이때부터 쟁점은 “정책이 과하다”가 아니라 “법에 없는 권한을 쓴 것 아닌가”로 이동하게 됩니다. 기업들이 특히 민감하게 본 지점은 관세의 ‘조세 성격’입니다. 관세는 시장을 조정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가 강제로 걷는 금전 부담이어서 사실상 세금에 가까운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미 헌법 구조상 조세·관세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입법부)에 있고, 대통령이 관세를 넓게 쓰려면 의회가 법에 명확히 위임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IEEPA 조문에는 관세(duty/tariff)를 부과하라는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 의문이 됐습니다. 기업들의 논리는 결국 다음처럼 정리됩니다. ① IEEPA는 제재(거래 차단)용 법이고, ② 관세 권한은 명시돼 있지 않으며, ③ 그럼에도 “수입을 규제(regulate importation)” 같은 표현을 근거로 관세 권한을 인정하면 대통령이 사실상 아무 나라·아무 품목·아무 세율·아무 기간 관세를 만들 수 있게 되며, ④ 이는 권한이 무제한으로 확장되는 것이므로 위법 소지가 크다.

이렇게 법적 의문이 생겼을 때, 기업들이 단순 항의로 끝내지 않고 법원으로 간 이유는 현실적입니다. 관세는 매 수입 건마다 누적되므로 피해가 계속 커지고,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계약·가격·재고 계획이 흔들리며, “언젠가 끝나겠지”로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나오면 환급(리펀드) 가능성이 열릴 수 있어, 소송은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재무적 생존 전략이 됩니다. 관세·통관 분쟁은 주로 미 국제무역법원(CIT)에서 다뤄지고, 이 사건도 CIT에서 적법성 쟁점이 정리되면서 상급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복잡했던 논쟁은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했습니다.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줬나?”


대법원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정리됐습니다. 즉, IEEPA는 제재용 비상권한법이고,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권한 범위를 넘는다는 취지에서 IEEPA 기반 관세의 법적 토대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결 이후 현실은 이렇게 바뀝니다.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는 같은 방식으로 계속 걷기 어렵고, 이미 납부한 관세의 환급 범위·절차는 별도의 행정·소송 쟁점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관세가 끝났다”고 결론 내리면 다시 헷갈립니다. 미국에는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다른 법적 통로가 여러 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관세가 막히면, 목표(고관세 압박)는 유지하되 근거 법률만 바꾸는 ‘갈아타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갈아타기 통로가 122·232·301입니다.



첫째, 122조는 전 세계에 한꺼번에 적용하는 임시 관세 스위치입니다. Trade Act of 1974 §122 = 19 U.S.C. §2132에 따라 일정 조건에서 전 세계 공통의 임시 수입부담금(관세)을 최대 15%까지,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22조는 IEEPA 관세가 막힌 뒤 “당장 빈자리”를 메우는 단기 다리로 쓰이기 쉽지만, 동시에 150일 제한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더 지속 가능한 다른 카드로 이동해야 합니다.


둘째, 232조는 특정 품목을 정조준하는 국가안보 관세입니다. 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 = 19 U.S.C. §1862에 따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 수입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품목별 관세 인상이나 쿼터 같은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일괄 관세가 흔들리면 오히려 자동차·철강·반도체처럼 “특정 부위”를 찍는 방식이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어, 한국처럼 특정 산업의 대미 의존도가 큰 경우 체감 위험은 232에서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301조는 불공정·차별을 명분으로 특정국을 압박하는 보복관세 통로입니다. Trade Act of 1974 §301 = 19 U.S.C. §2411에 따라 USTR이 조사·협의를 거쳐 해결이 안 될 경우 추가 관세(보복관세)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 차별적 제도를 반복적으로 문제 삼는다면 그 자체가 301 조치의 명분 축적이 될 수 있으며, 301은 단순 관세라기보다 협상장으로 상대를 끌고 가는 압박 장치로 작동하기 쉽습니다.


정리하면,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한 과정은 “관세 부담이 통관 단계에서 즉시 원가를 때렸다 → IEEPA가 제재법이라는 점이 법적 의문으로 바뀌었다 → 관세는 조세 성격이어서 명확한 위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형성됐다 → CIT 소송으로 쟁점이 정리됐다 → 대법원이 ‘IEEPA는 관세 권한이 아니다’로 결론냈다”의 흐름입니다. 그리고 판결 이후 현실은 “관세 종료”가 아니라 “관세 재배치”입니다. 즉, IEEPA 관세는 막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122(19 U.S.C. §2132)로 단기 공백을 메우고, 232(19 U.S.C. §1862)·301(19 U.S.C. §2411)로 압박을 재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독자가 체감하는 결론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관세는 끝난 게 아니라 ‘갈아탄다’. 그리고 그만큼 불확실성은 커졌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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