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 임하는가

-진실 앞에 선 인간의 얼굴

by 이천우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 앞에 선다.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의 선종 이후, 전 세계 100여 명의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콘클라베(Conclave)’란 라틴어로 ‘자물쇠를 채운 방’을 뜻하며, 이 선출 과정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오직 기도와 분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종교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그 안엔 인간의 내면과 신앙, 그리고 하느님의 침묵 속에서 울리는 뜻밖의 음성이 담겨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은 로렌조 베나 추기경. 그는 내적 고뇌를 지닌 인물로, 교황 선거를 감독하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자신의 과거와도 끊임없이 싸운다. 영화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는 지금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가’, ‘하느님의 뜻은 과연 어디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베나는 과거의 실수 앞에 멈추기도 하고, 추기경들 사이의 권력 다툼에 때로는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기도의 침묵 속에서 점점 더 자신을 비워내기 시작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교황으로 지목된다. 그의 존재는 교회의 전통적 기준으로는 이례적이며, 심지어 어떤 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러나 그 인물 안에 담긴 진실성과 온유함, 그리고 묵묵히 살아낸 삶의 흔적은 베나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그는 마침내 인간적인 계산을 내려놓고, 진실에 귀를 기울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반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복음의 논리를 생생히 드러낸다.

“이와 같이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오 복음 20장 16절)


하느님은 자격을 갖춘 자를 택하시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응답할 준비가 된 사람을 부르신다. 영화는 이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조용한 장면들 속에서 되뇌인다.


그리고 우리 삶도 그렇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콘클라베’의 순간에 선다.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내 뜻이 아닌 더 큰 뜻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콘클라베〉는 웅변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성령의 속삭임을 기다린다. 진정한 교회란 권력이나 제도가 아니라, 그런 성령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고 순명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말없이 증언한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8일 오후 08_51_58.png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택하여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1코린토 1장 27절)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스티나 성당 안에 살고 있다. 닫힌 방 안에서, 질문 앞에 선다.



지금, 나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콘클라베 #영화칼럼 #영성의길 #신앙과영화

#성령의음성 #가톨릭영화 #삶의묵상 #진실의순간

#보편교회 #하느님의섭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사랑하는 K-팝,         세계를 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