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말하는 스웨덴의 진실
연착륙이라는 말이 있다. 비행기가 부드럽게 하강하며 지면과 큰 충돌 없이 내려온다는 뜻으로 그 반대말은 경착륙이다.
이제 중 1, 고 1인 두 아이의 생활을 지켜보니 이제 연착륙이 되었다는 안심이 된다. 성격과 삶의 작은 굴곡들이 있지만 큰 흐름 속에서 보면 크게 엇나갈 것 같지는 않다.
고되었던 육아의 길을 뒤돌아 본다.
첫째를 낳고 아내는 젖몸살을 앓았다.
둘째를 산후 조리원에서 데려오고 몇 달간 3살 많은 형은 퇴행을 겪었다.
둘째가 첫 돌이 되던 때 열 경기를 일으켜 깜짝 놀랐다. 아내와 나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몰라 펑펑 울었다가 경기가 잦아들어 안심을 했다. 부모 세대의 경험을 전수받지 못한 핵가족의 비애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꽃으로도 사람을 때리지 말라'는 육아 전문가들의 말이 잘 실천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혹은 자주 성급하게 화를 내고 혼을 내며 또 자책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와중에 큰 위안이 되었던 책이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다비드 에버하르트)'였다.
다비드 에버하르트는 스웨덴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다. 그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현대 사회에서 훌륭한 육아 전문가는 사랑을 설파하는 사람들인데 더 큰 사랑을 설파할수록 더 훌륭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설파하는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가장 허용적인 분위기의 육아 교육을 하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들이 살아가는 학교 세계는 가정처럼 허용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전을 극복한 경험이 없어 작은 도전에도 쉽게 좌절하기 때문이다.
현대 육아 전문가들 말대로 엄격한 교육이 아동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가져온 것이라면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다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서 정신적 장애를 가져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육아를 하면서 대체적으로 아이를 과하게 혼내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너무 자학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정신의 회복탄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학하는 양육이 아이와 부모 모두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보니 엄격해서 안 좋은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반대도 있다. 집에서 엄격하니 상대적으로 허용적인 학교 생활을 되려 즐거워하기도 하고, 규칙에 집착해 좀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럭저럭 고군분투하며 하나의 인간이 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 역할도 이제 슬슬 내리막길을 향해 가야 할 때인가 싶다.
키워보니 육아의 답이 명확하지 않다. 실수투성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신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은 것처럼 자신의 육아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면 너무 자학하지 않는 것도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그 행복 속에서 편안해할 자녀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