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간암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문 Sep 28. 2023

확진 후 3개월만의 진료

#1

MRI를 찍고 확진 후 3개월만의 진료를 받는다. 


진료일이 가까워오니 괜찮을거란 생각과 혹 다시 암이 발생되었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이상적으로야 스트레스를 받아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 잘 따라가지 않는다.


#2 

9월 26일 화요일에 진료를 받았다. 별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암수치 관련 피검사 하나를 체크를 못했다며 검사를 하고 가라 한다. 결과는 언제 알려주냐고 하니 추석 기간 중 별 전화 없으면 괜찮은거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3

무엇인가 기분이 찜찜하다. 다른 암은 5년이 지나면 완치로 본다고 하는데, 이 암은 도무지 그런 것이 없다. 와이프는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하고 싶은 것 하고 행복하게 살고 3개월 후 별 이상이 없으면 또 그렇게 사는 쪽으로 마음을 먹으로 한다. 3개월 단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다.


#4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년 후 다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치고 지난 1년을 생각해보면 낭비된 시간이나 생각은 무엇이고 잘한 생각이나 시간은 무엇일까?


내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제 이런 말을 써도 되겠다. 굳이 교양인일 필요는 없으니까), 처세로 성공한 사람들, 표리부동의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면 화가 나는데 이런 생각들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정말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내 인생의 실패한 것들의 이유를 곱씹는 것도 정말 낭비일 것이다. 왜냐하면 소중하고 즐겁게 살아도 모자랄 하루의 사긴을 별 의미없이 단축했기 때문이다.


잘한 것은 온전히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시간들에 머무는 것인데 이것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삶의 많은 것에 너무 시큰둥해졌으며 행복에 머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5

그러므로 행복감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해야 할 것이며 생각해도 무익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수원 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