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5일장에서 구절역까지
복직을 두 주 앞두고 무엇을 해야 가장 보람있게 휴직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몇 주전 아내와 여행을 하다 알게 된 올림픽 아리바우길을 단번에 완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연한 가을속에 나를 흠뻑 담글 기회가 퇴직 이전에는 없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평창 올림픽을 기념해 2017년에 만들어진 길로 정선에서 평창을 거쳐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약 137km로 9개 코스이며 하루에 1코스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4박 5일. 일단 도전해보기로 한다.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가사처럼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김민기의 봉우리
1코스 : 정선 아리랑 시장에서 나전역(17.1km)
1코스는 아내와 일전에 가보았던 그래서 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코스였다. 아침 9시 30분에 정선버스정거장에 도착한 후 1코스는 와와버스라는 정선 브랜드 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 4박 5일이라 한 코스는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노인들은 무료 카드를 이용해 탑승할 수 있는 것 같아 가족들이 돌려쓰면 되겠그나 하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마침 돌려쓰면 자격을 영구박탈하겠다는 경고문이 버스에 붙어 있다.
2코스 : 나전역에서 구절역(20.5km)
12시 10분정도에 나전역에서 대망을 트래킹을 시작했다. 길가 코스모스를 따라 나도 자유롭게 흔들거리며 즐겁게 앞으로 나아갔다.
꽃벼루재를 넘어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정도면 별탈 없이 완주하겠구나 싶었다. 스마트 워치로 측정해보니 1km에 11분 30초 정도였다. 전체가 20km정도니 넉넉잡아도 5시간이면 도착할 듯 했다. 아름다운 재를 넘어가는 데 한 명도 트래킹하는 이가 없었다. 아름다움을 나누어가져도 줄어들지 않건만 혼자만 독차지하는 것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꽃벼루재를 넘어가니 아우라지역이 나왔다. 알고보니 정선레일바이크를 탔을 때 반환역이다. 물고기 모양 건물이 있었는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으나 탁트인 넓은 길을 걸어가니 마음도 탁 트인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강을 따라 한참 걸었다. 산-도로-강 다채로운 풍경에 피곤한 줄 몰랐다. 트래킹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하자고 다짐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풍경, 따뜻한 햇살, 가끔 불어오는 바람. 모두가 현재다. 현재에 머무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새리골을 넘어 다시 도로를 걷고 오후 5시쯤 구절리역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첫 트래킹이었다. 트래킹 이후가 문제가 되었다. 구절리역이 정선레일바이크를 타는 곳이라 북적댈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음식점과 펜션을 같이 하는 곳에 들어가 팬션 가격을 물어보니 6만원을 달라 했다. 민박 수준의 팬션이라 차라리 민박에서 싸게 묵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식사는 언제까지 하냐 하니 시큰둥하게 금방 닫을 것이라 말한다. 다른 민박집에 5만원을 주고 묵게 되었다. 식사를 하러 그 가게로 다시 가려니 좀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근처 슈퍼에서 햇반과 즉석 미역국을 가지고 민박집에 다시 갔다. 대학교 때 이후 민박집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는 당연했는데 민박이 이제 알 수없이 낯설고 부담이 된다.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 애써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