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엄마의 몫은

아이들의 감정을 챙기고 남편의 권위를 세우는 일입니다.

by 마음한조각

연년생 아이 셋 가정의 아침시간은 늘 분주하다. 방학일 때는 방학이어서 분주하고 학교 갈 때는 학교 갈 때라 분주하고 주말에는 주말이라 분주하다.


다만, 미라클베드타임(저녁 9시에 잠들기 전 그날의 해야 할 일을 다 마무리하고, 다음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행복하게 잠드는 문화 만드는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난 이후에는 아침에 모두 일찍 일어나고 아침메뉴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덜 분주하다.


주로 평화로운 아침이지만 가끔 큰소리가 날 때가 있다.(가끔 큰소리 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주로 6학년 큰아이의 사춘기 초입을 알리는 짜증남이 큰소리를 불러왔었는데, 이제 4학년 둘째에게로 그 바통이 넘어갔다.


요즘 둘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뇌훈련을 한다. 그러고 잠깐 잠들 때도 있고 안 자고 공부할 때도 있다. 다시 일어났다 잠들게 되면 좀 더 푹 잠들게 되는 거 같다. 이럴 때 보통 일이 생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있어서 짜증이 나고 언니의 빨리 준비하라는 잔소리에 짜증이 나고 아침도 못 먹어서 짜증이 난다.


오늘 아침에는 아빠가 집에 계셨다. 몇 개월만의 아빠의 휴가. 엄마보다 아빠가 아침에 신경줄이 얇다. 그래서 아침에 아빠가 계시는 날에는 큰소리가 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게 나의 역할이기도 한데, 마침 화장실에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짜증 내는 소리에 아빠의 사자후가 들려왔다.


"짜증 그만 내! 아빠 나간!"


오 이런! 저런 말이 들려오다니. 어서 나가야겠군.

부랴부랴 나가보니 아들도 울고 둘째 딸도 울고 큰애도 울상이다. 신랑 얼굴은 벌겋다.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둘째가 양말이 없다고 했다. 큰애는 방의 서랍장에 두 개 있으니 그거를 신으라고 했고, 둘째는 싫다고 짜증 냈다. 거기서 아빠가 소리 지르며 나와 막내아들의 새 양말을 한 켤레 둘째에게 건넸고, 막내는 둘째에게 가서 내양말 달라고 했다. 아빠는 내가 결정한 것을 왜 네가 뭐라고 하냐고 큰소리를 냈고, 막내와 둘째는 모두 눈물을 흘렸다.


결국 둘째는 자기 서랍장에 있는 양말을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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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리 화낼 일 아닌데 화내는 거 보면 컨디션이 안 좋은가? 일이 안 풀리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어찌하면 기분 안 상하게 알려줄 수 있을까?'


이제 엄마가 출동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아이들의 감정을 살펴주고, 남편의 권위는 세우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말하기를 이야기해 주기 좋은 타이밍을 봐야 한다.


아들에게 가서는 등을 토닥여주면서 눈물을 닦아준다.

"우리 아들껀데 허락받지 않고 아빠 마음대로 해서 속상했지? 먼저 주인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둘째에게 가서 발을 주물럭 거리며 이야기한다.

"딸 아침에 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어? 엄마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

"...."

"얘기할 마음 생겼을 때 얘기해 줘."


큰애에게 가서 손을 주무르며 이야기한다.

"아침부터 동생들 신경 쓰느라 힘들었지, 누가 챙기라고 안 해도 자연스럽게 챙기는 건 네가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관찰력도 있고 동생들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있기 때문일 거야. 엄마 화장실 가있는 동안 챙겨줘서 고마워."


신랑에게 가서 손을 꼭 잡고 얘기한다.

"여보, 아이들 짜증내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지. 오늘 쉬는 날이니까 애들 데려다주고 우리 같이 산책하자."




무사히 등교를 했다. 하교하고 나서 아이들하고 얘기를 또 해봐야겠지만, 마냥 울고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마음을 추스르고 갔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둘만 남은 시간에 신랑은 자아성찰을 했나 보다. 아이들에게 소리 지른 것, 아들의 물건을 마음대로 준 것에 대해 사과해야겠다고 한다. (많이 변하고 성장했군.)


신랑이 화가 난 부분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리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은 부드럽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아빠의 권위를 세워주고 둘이 있을 때는 조금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역할이 가장 무겁고 중한것 같다. 가족 구성원을 모두 살펴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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